여당이 국회에 제출한 언론관련 법안을 검토한 언론학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법안이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미디어산업 측면뿐만 아니라 언론자유 측면에서도 그렇다.●자율규제와 자정노력이 바람직
학자들은 우선 언론정책의 세계적인 흐름이 자율규제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큰 틀만 제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언론관련 법안 중 특히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신문법안)은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간여하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
김대호(金大浩·언론학) 인하대 교수는 “심지어 공적 규제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방송분야에서도 장벽을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며 “신문분야에 대해 없던 제도까지 대거 신설해 규제를 강화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신문사들의 자정노력도 함께 주문했다. 김동규(金東奎·언론학) 건국대 교수는 “신문업계의 문제는 신문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공세 앞서 정밀한 분석을
여당이 내세우는 것처럼 여론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 먼저 소비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의견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미국의 경우 이 같은 조사를 통해 여론의 다양성을 측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사에서 방송이 여론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당은 오히려 소수의 특정신문이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어 정략적 의도에 대한 의혹이 짙다. 도준호(都俊昊·언론학) 숙명여대 교수는 “여론의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신문보다 방송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질서 확립은 필요하지만
보수성향이든 진보성향이든 신문유통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김동민(金東敏·언론학) 한일장신대 교수는 “언론관계법은 시장원리가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시장점유율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정부가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영철(尹榮喆·언론학) 연세대 교수도 “이른바 신문개혁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진보 및 보수 세력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분야는 판매질서”라고 말했다. 사실 여당이 문제 삼고 있는 신문사들의 불공정행위는 현행 신문고시와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신고포상금제 도입으로도 상당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당의 신문법안은 감기약을 먹으면 될 병에 항암제를 투여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