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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정위용/‘뉴딜’보다 더 급한 ‘눈먼돈’ 감시

입력 | 2004-11-14 17:46:00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 사업’에 대해 관심이 적지 않습니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IT업계도 지금의 빈사 상태에서 벗어나 ‘제2의 IT붐’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와 다른 시각에서 이 사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고 불황 타개책을 뒤늦게 마련한 것은 일면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노후보장을 위해 맡긴 국민연금이 잘못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경기 부양을 위해 나간 돈 때문에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실을 막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이 비리 기업을 양산하고 정보화를 위해 마련된 정보화촉진기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된 장면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공적자금과 정보화촉진기금을 둘러싼 문제는 목적의 정당성을 떠나 투명한 자금 집행을 감시 감독하는 메커니즘이 얼마나 필요한지 일깨워주었습니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과거 국회의원 신분으로 편법으로 집행된 정보화촉진기금으로 호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언론의 의혹 제기도 ‘눈먼 돈’에 대한 감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투명한 자금 집행 대책도 없이 내년에 국민의 돈을 사용하겠다는 계획만 불쑥 내놓았습니다.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부실을 막을 때 일부에서는 ‘눈먼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눈먼 돈’ 집행을 둘러싼 비리는 자원의 최적 분배를 왜곡합니다. 뉴딜 자금으로 도로공사를 맡을 업체를 선정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부실기업이 뇌물 등을 통해 공사를 따내면 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우량 기업이 공사를 맡을 기회를 잃게 되고, 돈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에 돌아갑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 각 부처가 이른바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공공자금 집행에 따른 비리 방지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위용 경제부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