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업계의 화두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입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이 반짝 오르기도 했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인위적인 고(高)환율 정책을 써온 것 자체가 시장 상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시장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약(弱)달러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환율 하락 기조를 뒷받침하는 배경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환율 하락 기조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이어져 달러당 1000원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국제 투자전문가들이 보는 달러화 약세 전망은 국내보다 훨씬 비관적인 것 같습니다. 비관의 근거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입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선수’는 짐 로저스라는 국제투자가입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든 ‘월스트리트의 전설’이기도 하지요.
그에 따르면 미국은 8조달러가 넘는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21개월마다 1조달러가 새로운 부채로 쌓이는 세계 최대 채무국입니다. 미국이 아직 군사적 패권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해가고 있지만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화폐의 힘은 점점 약해져 달러화가 조만간 영국 파운드화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합니다. 결국 달러화 약세를 순환적인 국면이 아니라 전반적인 추세 전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현실 진단에 기초해 로저스는 ‘현물’을 눈여겨보라고 권유합니다. 금, 구리, 니켈 등 원자재가 히트를 치는 시기가 조만간 도래한다는 것이지요.
최근 국내에서도 금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늘고 있고 상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 이상으로 돈이 몰립니다. 현물 우위시대를 점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징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창원 경제부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