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배럴당 29달러 내외였던 두바이산 원유가가 지금은 38달러선으로 30% 올랐다.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원유수출국의 공급불안 및 잉여설비 부족에 따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국제원유가격 통제권 상실 등 공급측 요인과 중국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원유소비의 폭발적 증가 등 수요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유가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의 한 민간연구소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 우리 경제성장률은 1.34%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1.7% 오르며, 무역수지는 80억9000만달러 악화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적 에너지수급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순방에서 한국석유공사를 축으로 하는 국내 컨소시엄과 카자흐스탄 국영석유공사의 카스피해 유전광구 공동개발을 위한 석유탐사 의정서를 체결했고, 한국석유공사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간 동시베리아 극동지역 유전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약정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향후 직접 자원개발 투자에 의해 카스피해 원유가, 동시베리아 송유관에 의해 이 지역의 원유가 각각 도입되면 원유수입을 중동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2003년 기준 79.5%)에서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수입가격 협상력 강화라는 부대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해외 에너지자원개발은 위험성이 높아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회사별로 경쟁력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해 지역적 전문성을 살리고 해당국 정부와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또 개별기업보다 여러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추진한다면 리스크는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에너지 대책에서 안정적 공급원 확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조달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수요 측면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에너지수입에 383억달러를 지출했다. 같은 해 자동차 수출로 191억달러, 반도체 수출로 195억달러의 외화를 벌었으니, 그 돈을 모두 에너지 수입에 쓴 셈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에너지원단위(TOE·GDP 1000달러 생산에 투입된 에너지량)가 선진국에 비해 높으며, 1인당 에너지소비량도 절대기준으로는 세계 24위이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미국 프랑스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을 위한 적극적 대책마련이 절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8개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산업구조의 재편과 수송, 건축, 국민생활습관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친 에너지원단위 저감 종합대책을 강구 중이다. 이게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 가계 등 민간부문도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효율 제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실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콘센트를 빼지 않아 소비되는 대기전력이 연간 5000억원에 이르지 않는가. 국민 개개인이 이런 작은 것부터 바꾸는 에너지 절약 실천가가 될 것을 제안해 본다.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