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감독교사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수험생이 적잖다. 감독교사들이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에 신경이 쓰여 시험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험을 잘못 치른 것을 변명하기 위한 ‘남 탓’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치러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하소연에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극도로 긴장한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일에도 영향을 받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에게 수능은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수험생의 긴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방해를 받을 수 있다. 감독교사의 향수 냄새가 거슬려 시험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수험생이 있을 정도다.
수험생이 감독교사의 말이나 행동에 신경이 거슬려 실수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한 문제 차로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수험생의 집중을 방해하는 감독교사들의 행태는 다양하다. 여자 교사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 내며 시험장을 쉴 새 없이 걸어 다니는 경우도 있고, 감독교사가 휴대전화를 꺼 놓지 않아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기도 한다. 듣기평가 시간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결시자의 책상에 앉아 수험생이 문제를 푸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수험생에게 불필요한 지적을 하는 등 신경을 자극하는 감독교사도 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시험시간 내내 동료 감독교사와 잡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능 감독교사는 바로 중고교의 현직 교사들이다. 직접 가르친 제자가 아니더라도 일부러 시험을 방해하려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무심함이다.
17일 치러지는 올해 수능에서는 ‘감독교사 때문에 시험에 방해를 받았다’는 수험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감독교사들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당부하고 싶다.
홍성철 교육생활팀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