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의 로비. 개관 한 달째를 맞은 이날 오전 11시 개관시간에 맞춰 온 관람객 50여명이 프런트 데스크에서 예약을 확인하며 상세한 작품설명이 담긴 개인휴대용단말기(PDA) 한 대씩 받아들고 입장하고 있었다. 이들은 개관 전 일찌감치 도착해 미술관 이곳저곳을 서성이다 조용히 관람을 시작했다.
리움의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 달치 예약이 이미 끝난 데다 전화예약을 받는 시간조차 화∼금 오전 10시∼낮12시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직원과 통화하는 것부터 힘들다. 당초 하루 관람객을 100명으로 제한했던 미술관 측도 안팎의 원성을 의식해서인지 이달 들어 200명으로 늘렸다. 그래도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실제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미술관을 성토하기보다 예약성공 체험(?)을 자랑하며 어렵게 선택되었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섯 살배기 아이와 함께 온 한 주부(33·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개관 이틀 뒤부터 3일 동안 줄기차게 전화를 돌려 겨우 예약했다”며 “통화 중 신호만 계속 나오다가 직원을 바꿔주겠다는 안내가 나왔는데도 다시 통화 중 신호로 바뀔 때는 화가 너무 나 포기할까 했는데, 막상 예약이 이뤄지니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온 한 여성(53·대학 시간강사)은 “매일 오전 헬스클럽 운동도 포기하고 전화를 걸어 사흘 만에 성공했다”며 “막상 미술관을 둘러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전화 예약이 쉽지 않다보니, 이날 관람객 중에는 시간여유가 있는 전업주부들이 많았고 남성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나 비평가 등 미술인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리움은 일, 월요일 휴관하는 데다 개관시간도 오전 11시∼오후 4시로 다른 미술관보다 늦게 열고 일찍 닫는다. 이에 따라 관람객 숫자와 관람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측은 고가의 소장품이 많은 데다 지난달 세계박물관대회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문을 여는 바람에 정상운영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