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기독교 비정부기구(NGO)인 ‘기독교 사회책임’이 곧 공식 출범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진보 보수 양극단을 배격하는 ‘뉴 라이트(New Right)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된다.
지난 100여년 동안 한국의 기독교는 사상 유례 없는 발전을 이뤘으나 이에 합당한 시대적 사회적 소명(召命)을 충분히 감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신교회는 특히 민중신학의 토대 위에서 사회 구원을 강조하는 진보 세력과 복음주의적 전통 아래 개인 구원을 강조하는 보수 세력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진보 세력은 사회 개혁에 대한 의식과 열의는 있었으나 교세(敎勢)가 미약했고, 보수 세력은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기복(祈福)주의로 교회의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서 ‘기독교 사회책임’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교회 내의 이 같은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면서 시대의 예언자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모임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교계 지도자들의 균형 잡힌 시각과 비(非)당파적 태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하겠다.
개신교계 최대 NGO를 표방하는 모임이 자칫 세 과시로 흐르거나 특정 정파(政派) 또는 종파(宗派)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반정부단체(Negative Government Organization)나 친정부단체(Near Government Organization)를 보태는 데 불과하다.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