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찬 제비처럼…’ 날렵한 자세로 공을 들고 뛰고 있는 하인즈 워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와이드리시브로 활약 중인 그가 한국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표지 인물로 등장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한국계 흑진주 하인즈 워드(28).
그의 오른쪽 팔뚝에는 한글로 쓴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미국인인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내 인생은 어머니가 만들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선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가르침에 따랐다.”
그런 워드가 드디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16일 발간된 세계적인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표지(사진)를 장식하며 스타 반열에 오른 것.
SI는 ‘스틸러스가 최고에 올랐다’는 제목과 함께 공격 성공 후 포효하는 워드를 표지에 실었다. 권위를 자랑하는 ‘SI’의 표지인물로 선정된 것은 워드의 가치를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다.
한국계 선수가 SI 표지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1994년 미국에 갓 진출한 박찬호가 4쪽 분량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으나 표지는 아니었고 재미 교포 피겨 스케이팅의 남나리, 이승엽 등도 짤막하게 소개되는 정도였다.
SI는 올 시즌 8승1패의 뛰어난 성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피츠버그의 공격 핵심에 워드가 있음을 강조했다. 미식축구 전문기자 돈 뱅크스는 “워드는 NFL 최고의 와이드리시버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터렐 오언스보다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워드는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54개의 리시빙(NFL 3위)에 663야드리시빙야드(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와이드리시버(Wide Receiver·WR)는 공격 대형 좌우 끝에 서 있다가 상대편 최전방으로 뛰어들며 쿼터백이 던지는 볼을 받아 터치다운으로 연결하는 임무를 맡은 선수. 플랭커(Flanker·FL)로도 불린다.
워드가 SI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조지아대 졸업반이던 1997년 10월 대학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1000야드리시빙야드를 돌파하자 SI는 주한미군 병사와 한국인 김영희씨 사이에서 태어나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대학미식축구 스타로 우뚝 선 그를 자세히 소개했었다.
팀에서도 물론 워드는 최고 대접을 받는다. 지난 2시즌 연속 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을 정도. 피츠버그가 그를 내세워 19일 홈 경기장인 하인즈 필드의 라커룸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금연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도 그의 스타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