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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DJ DOC가 발라드를?

입력 | 2004-11-16 18:20:00

4년반만에 6집을 내놓은 ‘ DJ DOC’ 멤버들. 왼쪽부터 이하늘, 김창렬, 정재용. 사진제공 Buda 레코드


“(이)하늘이 형이 기회를 한번 준거죠. ‘너도 존재감을 한번 느껴보라’는 의미로….” (김창렬)

‘DJ DOC’가 4년반 만에 발라드로 돌아왔다. 9일 발매한 6집 ‘러브, 섹스 앤 해피니스’에서 이들은 트레이드마크인 공격적 랩이나 강렬한 비트를 줄이고 대신 감성적 발라드와 흥겨운 리듬을 내세웠다. 래퍼 이하늘(33) 정재용(31)보다 보컬 김창렬(31)이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결과다.

김창렬은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곁눈질하자, 옆에 있던 이하늘과 정재용은 “100% 만족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웃는다.

이하늘은 “랩 위주의 4집과 5집에서 자기 역할이 적어 의기소침해 있던 김창렬이 전면에 나섰어요. 그룹 전체로는 음악적으로 더 풍부해진 거죠”라고 말했다.

○ 타이틀곡 ‘수사반장’ 싸이가 만들어

이번 앨범에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신랑 김창렬’의 입김이 강하게 느껴진다. 정재용은 “80%가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앨범 타이틀 ‘러브, 섹스 앤드 해피니스’도 그런 의미로 지어졌다.

타이틀곡은 싸이가 만든 ‘수사반장’. 1970, 80년대 인기 TV 드라마 ‘수사반장’의 타이틀 음악을 샘플링한 랩 곡이다. 여자 친구를 의심하는 남자 친구가 수사반장이 돼 수사를 한다는 노래로 안무는 강원래가 맡았다.

‘내손을 잡아줘’, ‘한(恨)’, ‘괜찮아’, ‘어제와 다른 상상’은 새 앨범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는 발라드. 모든 곡에서 김창렬의 감성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듀스’ 출신의 이현도가 만든 ‘끝나버린 이야기’에서는 김창렬의 애절한 보컬과 정재용의 낮은 톤의 랩이 조화를 이룬다.

○ “날카로운 맛 없지만 편하게 들릴겁니다”

김도향이 함께 노래하고 ‘DJ DOC’의 랩을 삽입 한 리메이크곡 ‘바보처럼 살았군요’는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합창으로 끝나면서 힘을 느끼게 한다. 강한 비트의 ‘아이 워나’(I Wanna), ‘스트리트 라이프’, ‘원 나이트’는 이하늘과 정재용의 신나는 랩이 이전 ‘DJ DOC’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DJ DOC’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어요. 색깔이 있는 듯 없는 듯 합니다. ‘베이비복스’와의 다툼을 소재로 노래도 만들었지만, ‘창렬의 음반’이기 때문에 참았죠.” (이하늘)

이하늘은 세계적 래퍼 투팍의 노래를 샘플링해 부른 ‘베이비복스’를 ‘섹스가수’라고 비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번 앨범은 날카로운 맛이 없어 고정 팬들에게 낯설겠지만, 계속 듣다보면 편하게 들릴 겁니다.” (정재용)

‘DJ DOC’는 1994년 첫 음반을 냈다. 올해로 10주년이다.

“지금까지 와해되지 않고 색깔이 다른 창렬이도 멤버로 버티고 있다는 건 우리만의 의리와 정 때문이 아닐까요.” (이하늘)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