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수니파 저항세력의 무차별적 폭력에 맞서 ‘분노 여단(Anger Brigade)’이란 무장조직을 만드는 등 종파간 갈등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양 종파가 극단적으로 대립할 경우 이라크 정국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시아파 보호가 임무=시아파 지도자 알 메디는 시아파를 살해하는 테러조직에 대항하기 위해 분노 여단을 발족했음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메디에 따르면 남부 제2도시 바스라에 근거한 이 조직은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성지 나자프와 카르발라 등으로 통하는 도로에서 살인을 일삼는 테러범들을 응징하는 임무를 맡는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성지를 방문하는 시아파 순례자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분노 여단의 규모는 현재 약 300명.
시아파가 무장조직까지 만든 것은 최근 시아파가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 바그다드 남부 마흐무디야와 라티피야, 이스칸다리야 등 이른바 ‘죽음의 삼각지대’를 관통하는 도로 주변에선 미국 점령군에 협조하는 이라크 경찰과 보안군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라크군 신병 교육을 마치고 귀향하던 시아파 병사 49명이 수니파로 추정되는 저항세력에 의해 집단 사살되기도 했다.
▽갈등 시한폭탄?=이라크 인구 2500만명 중 60%가 시아파, 20%가 수니파다. 시아파는 사담 후세인 정권 치하에서 소외되고 탄압받다 이라크전 이후 ‘다수의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왔다.
양측은 그동안 단합된 모습이었다. 수니파 지역인 티크리트, 바쿠바, 라마디 등을 잇는 ‘수니 삼각지대’의 폭력사태 해결을 위해 옛 바트당과 군 출신들을 재기용해 치안을 맡기는 등 정치적 타협을 이뤘다. 과도정부도 총리는 시아파, 대통령은 수니파가 차지하는 등 권력도 나눠 가졌다.
하지만 4월 팔루자 사태 이후 양측의 ‘미봉된 갈등’이 터지기 시작했다. 미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수니파의 피해가 컸으나 시아파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 수니파는 또 내년 1월 총선에서 시아파가 득세할 경우 ‘보복’을 당할 것도 경계하고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