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는 그 나라의 혼이 깃든 곳이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
인문지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프랑스의 파리4대학(옛 소르본대)의 장 로베르 피트 총장(55·사진)은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국립지리학회 회장이자 유로파에아 아카데미 회원으로 30여년간 인문지리 및 국토정비학을 연구해온 피트 총장은 “서울은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곳이자 남북한 전체 주민의 혼이 깃든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수도 이전 대신 추진 중인 ‘행정특별시’ 건설 방안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입법부가 남는데 15개 행정부처만 옮긴다면 행정부 간부들이 서울로 올라오느라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트 총장은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려면 지휘자뿐만 아니라 좋은 색소폰과 피아노가 있어야 한다”며 “수도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그는 지방에 어떤 산업을 일으킬 것인가는 국가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방 경제 발전의 관건은 그 지역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트 총장은 풍수지리학을 강의할 정도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의 지리 및 문화에 조예가 깊다. 부인은 일본인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