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지표면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 범위. 사망자수는 125만명. [신동아]
《신동아 12월호 보도》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감행하거나, 거꾸로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서울시민 125만명이 죽고 용산·강남·서초·송파구는 핵 낙진에 치명타”, “북한은 최소 25만명 최대 135만명 사망”이라는 내용이 담긴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가 신동아 12월호에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미 국방부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것으로, ‘한반도에서의 핵사용 시나리오’에 본격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정밀보고서다.
▼평남 북창기지 핵폭격 때 최대 135만명 사망▼
신동아는 NRDC 토머스 코크 박사가 지난달 국제안보세미나(중국 난징)에서 발표한 이 보고서를 인용, 미국이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을 핵무기로 폭격할 경우 공격대상과 피해를 예상했다.
1.2메가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110만명. [신동아]
이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륙간탄도탄 같은 고강도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내에서는 비교적 낮은 위력의 핵 벙커버스터를 개발해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욱 강경해진 대외정책 분위기를 감안하면 공격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이럴 경우 미국의 북한 핵공격은 지하화된 북한내 군사시설에 대해 400킬로톤 혹은 1.2메가톤 수준의 벙커버스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개연성이 가장 높다.
평양 등 대도시는 군사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제적으로 엄청난 반발이 예상돼 가능한 옵션에서 제외됐다.
북한내 공격대상 군사시설 25곳 가운데 미군의 첫 번째 타격목표로 유력한 곳은 유사시 한반도 상공의 제공권을 두고 한미연합공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평안남도 북창 공군기지.
남풍이 불어 중국으로 낙진이 흘러들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지므로 북서풍이 부는 가을 무렵(10월17일) 공격을 감행한다.
북창 공군기지에 5킬로톤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 6000명, 100킬로톤 10만명, 400킬로톤 40만명, 1.2메가톤이 터졌을 경우는 11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NRDC의 분석결과다.
최악의 경우는 1.2메가톤 폭탄이 7월에 투하되는 것으로 사망자가 135만명에 이르고 원산과 문천 등 함경남도 동남부의 도시들은 낙진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민 125만명 사망, 강남·서초·송파 낙진 피해”▼
이 보고서가 분석한 또 하나의 케이스는 북한이 서울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경우다.
북한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핵폭탄의 위력은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여한 ‘리틀 보이’(TNT 15킬로톤) ‘팻맨’(TNT 22킬로톤)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예상되는 4~5개의 핵폭탄 가운데, 단 1개만이 한미연합군의 대공방어망을 뚫고 폭격에 성공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핵폭탄이 서울 어느 지점에 떨어질 것인가.
NRDC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국방부와 함참, 주한미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가 들어서 있는 용산의 삼각지를 지목했다. 이는 북한이 핵사용 직후 전면전 개시를 염두에 둔다면 가장 개연성이 높은 설정이다.
공격 시점은 남하하는 인민군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북서풍이 부는 시점을 상정했다.
서울 용산 삼각지에 TNT 15킬로톤 위력을 지닌 핵폭탄 1기가 투하될 경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삼각지의 상공 500m에서 1.5킬로톤 핵폭탄 1기가 폭발해 낙진피해가 거의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본다.
직접 피격대상인 국방부와 함참은 물론 용산 미군기지와 전쟁기념관 등은 글자 그대로 ‘녹아서 증발(evaporate)' 해버린다. 후암동에서 이촌동에 이르는 용산구 일대는 즉시 초토화된다.
서울역, 서울시청을 비롯해 광화문과 남대문 일대의 건물은 대부분 반파되고 고층빌딩의 경우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중앙청사와 외교통상부, 청와대도 피해범위 안에 놓인다. 서쪽으로는 마포와 서교동, 여의도 일부가 포함되며 63빌딩은 무너져 내린다. 남쪽으로는 상도동 및 동작동 일대, 동쪽으로는 반포와 압구정, 청담동 일대가 피해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 같은 직접피해를 통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시민이 40만명, 이후 추가로 사망하는 시민이 22만명이 넘으리라는 것이 NRDC가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삼각지 100m 상공에서 폭발이 일어나 비교적 낙진이 적은 경우 84만명,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나 낙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는 12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악의 경우 서울 인구의 10%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죽는 사람 30만명, 외상으로 인해 끝내 사망하는 사람 10만명, 낙진에 의한 단기 사망 55만명, 낙진에 의한 장기 사망자가 35만명 가량 될 것으로 NRDC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핵폭발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 수는 이보다 증가할 수도 있다. 고도로 도시화한 서울에서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피해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비해 최소 6배, 최대 10배이상이 되리라는 것이 NRDC의 분석이다.
▼北핵 평화저지, 美 대북 핵공격 폐기 필요▼
신동아는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결과는, 한국 정부가 당면한 두 가지 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고 전했다.
하나는 북한의 핵 보유를 평화적 방법을 통해 저지하는 일, 다른 하나는 미국으로 하여금 유사시 대북 핵공격 계획을 폐기토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어느 한쪽을 양보해 다른 것을 얻는 식의 접근이 불가능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임을 보여준다고 신동아는 보도했다. (상세내용과 시뮬레이션 및 가상도는 신동아 12월호 참조)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