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 기업이 드물었던 1970년대와 80년대. 해외 주재원들은 외국에서 돌아다니는 현대자동차를 ‘움직이는 태극기’라고 불렀다. 현대차가 외국에서 운행되는 것 자체가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됐다. 90년대 말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이 최근 들어 이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상품 전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른바 한류의 ‘후광(後光)효과’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이 한류열풍을 의식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이 한류열풍을 의식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한류의 후광효과=한류효과를 가장 먼저 누린 곳은 LG생활건강. 99년 베트남에서 한국의 드라마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여자 주인공인 김남주의 인기가 치솟았다. 더불어 김남주를 모델로 이용했던 드봉 화장품이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베트남 시장 매출이 2000년 568만달러에서 작년에는 1167만달러로 약 2배로 늘었다.
또 중국에서는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 주인공인 안재욱 신드롬이 불면서 안재욱이 광고모델로 활약한 삼성전자의 컴퓨터 모니터가 중국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대만에서는 2001년 드라마 ‘가을동화’의 인기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한류의 힘을 인식한 한국 기업=한류의 부수 효과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한 곳은 태평양과 중견 휴대전화업체인 VK. 두 회사는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해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두 회사 모두 금년 매출이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태평양의 한류 이용 사례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개될 정도.
한국관광공사, 여행사, 호텔업계도 일본에서 불고 있는 ‘용사마’ 열풍을 이용해 일본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행사들은 겨울연가와 대장금 촬영지 및 스키장, 국내 테마파크를 연계한 여행 패키지상품을 개발해 일본과 중화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 기업의 한류 이용=아시아지역에서 한류 마케팅의 힘이 입증되자 외국 기업들도 마케팅에서 한류를 이용하고 있다.
시초는 중국의 TCL과 명신화장품 공사. 두 회사는 2003년부터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해 자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배용준을 모델로 기용했고 스와치 올림푸스 지오다노 등 외국 기업들은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활약한 영화 ‘여친소’에 간접광고(PPL) 스폰서로 참가해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코카콜라와 P&G는 대만에서 한국의 온라인게임인 ‘리니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자사 제품의 포장지에 리니지 캐릭터를 등장시켜 대만 청소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국추계예술대학 김휴종 문화산업대학원장은 “한류 효과는 전체 산업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으므로 특히 한류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문화산업의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