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평가보다 총점이 20점이나 올랐는데 목표 대학을 올려도 될까요?” “외국어 영역은 10점이나 떨어졌어요. 다들 어려웠다니까 표준점수는 괜찮지 않을까요?” 18일 오전 서울 J여고 3학년 1반 교실. 학생들은 담임교사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를 제출하면서 표정이 밝지 않았다. 올해 수능부터 표준점수 체제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은 자신의 원점수가 표준점수로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는 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가채점을 하지 않아 내달 14일 수능 성적이 발표될 때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또 윤리 한국지리 등 사회탐구영역의 일부 과목과 언어영역이 쉽게 출제돼 만점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난이도 실패 논란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내 성적 얼마예요”=서울 J여고 전모양(18)은 2학기 수시모집에 하향 지원해야 할지, 정시모집에 도전해야 할지 여부를 몰라 고심하고 있다.
전양은 “외국어가 모의평가보다 10점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전체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가 괜찮을 수도 있다”며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응시할 수 없는 만큼 속단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서울지역 3개 고교 사회탐구영역
과목별 만점자(가채점 결과)과목A고
(101명)B고
(140명)C고
(113명)합계
(354명)한국지리1112528윤리 4 8517
국사 4 5312세계사 1 53 9경제 3 31 7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2학기 수시모집 ‘조건부 합격자’도 영역별 등급을 가늠할 수 없어 좌불안석이다.
서울 경복고의 한 학생은 경희대 한의대 수시에 합격했지만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 중 2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정시를 고려 중이다.
연세대 2학기 수시에 조건부 합격한 J여고 남모양(18)도 “수리 ‘가’형에서 모의평가보다 20점 이상 떨어졌다”며 “정확한 성적을 알아야 대학과 전형에 맞춰 논술 면접 준비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입시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사회탐구에서 만점을 받고 언어 수리 외국어에서 한 문제씩 틀린 학생도 불안해하며 상담을 신청했다”고 소개했다.
▽교사들도 “기준이 없다”=일선 고교에는 자녀의 점수가 몇 등급인지를 문의하는 학부모의 전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교사들은 “표준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답답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경복고 전인길 교사는 “성적표를 받기 전엔 오리무중”이라며 “원점수 기준으로 만든 과거의 진학지도 자료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서울 상문고 조주환 교사는 “진학상담이 어려워 일단 대학별 요강에 따라 논술을 준비하라고 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영역 만점자 많을 듯=사회탐구의 일부 과목이 쉽게 출제돼 원점수 만점자가 많을 경우 한두 문제만 틀려도 3등급으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동점자는 같은 등급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1등급 비율(4%)이 늘어나 2등급(11%) 몫까지 차지할 수 있기 때문. 실제 9월 모의평가에서 세계사의 1등급은 13.48%로 2등급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의 한 고교에선 이날 가채점 결과 한 학급에서 윤리를 선택한 6명 전원이 50점 만점을 받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고교에서는 한국지리 응시자 299명 중 만점자가 20명이었으나 사회문화는 33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두 과목의 평균도 각각 40.72점과 36.17점으로 4점 이상 벌어졌다.
김모양은 “처음엔 만점을 받았다고 좋아했는데 나 같은 학생이 많은 걸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점수와 표준점수의 유·불리 사례 비교구분언어수리(나)외국어소계사회탐구총계
국사윤리사회문화한국지리원점수배점10010010030050505050500A학생866774227*44*484041400B학생748370227*4644*4637400
평균57.734.045.0- 28.433.032.034.6- 표준편차17.724.120.0- 12.010.09.210.8-
표준점수A학생132127129388*63*655956631B학생118141125384*6561*6552627A-B+14-14+4+4-2+4-6+4+4*는 선택과목 표시. 원점수 평균 및 표준편차는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표본결과 이용.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