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방부가 발표한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계획’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자주국방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그동안 간간이 흘러나온 얘기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짙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주국방을 역설한 지 1년3개월, 올해 5월 “협력적 자주국방체계의 조기구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원론 타령이라니 답답한 노릇이다.
자주국방이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가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치밀한 세부계획을 세워 실행에 들어가야 할 시기다. 분명한 예산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이지스 구축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 등 핵심전력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식의 뻔한 당위론을 되풀이해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안보 공백을 초래할 주한미군 감축은 이미 시작됐지 않은가.
국방부가 이 계획의 핵심으로 내세운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도 다시 따져 볼 일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이 나라의 안보 지붕이라면, 한미동맹은 지붕을 떠받치는 중심 기둥이다. 과연 그 기둥이나마 정부 주장처럼 지금 견고한 상태인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가까운 예로, 중차대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북한의 핵개발 논리에 대해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한 노 대통령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발언이 온갖 추측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 않은가.
‘협력적 자주국방’은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대표적 슬로건 중 하나다. 그러나 국민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정부가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기 원한다. 국방부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