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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두번 울다… 주민반대로 한달새 두번 이사

입력 | 2004-11-18 18:33:00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가난한 노인 30여명을 돌보고 있는 박재성(朴宰成·41·사진) 목사는 최근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법곶동의 작은 단독주택에서 ‘참 좋은 집’이란 무료 노인보호시설을 수년째 꾸려온 박 목사는 노인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안타까워 오랫동안 준비한 끝에 더 널찍한 마당과 황토 방이 있는 단독주택을 고양시 A동에 마련했다.

새 집을 마련하느라 대출까지 받아야했지만 박 목사와 노인들은 아이들처럼 기대에 부푼 채 지난달 23일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이삿짐을 풀기도 전에 이들은 이웃들의 냉랭한 시선에 발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사 간 다음 날엔 집 앞에 ‘당장 떠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더니 10여가구의 동네 주민들이 천막농성장을 만들어 농성에 들어갔다.

중풍이나 치매 등 중증 노인들이 있으며 장례를 치르는 일도 종종 있어 보통의 가정보다는 이웃들에게 불편을 주겠지만 혐오시설로까지 인식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박 목사와 노인들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천막농성이 계속되는 어수선한 바깥 상황에 노인들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고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도 돌려보내야 했다.

결국 박 목사와 노인들은 이사 간 지 25일 만인 17일 다시 법곶동의 예전 집으로 돌아왔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