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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고현정과 ‘이혼연예학’

입력 | 2004-11-18 18:35:00


1990년대 인기 정상을 달렸던 배우 최진실.

한 아파트 건설업체는 16일 그녀를 상대로 “아파트 분양 광고 계약 체결 후 사생활 관리를 잘못해 기업이미지를 훼손시켰다”며 3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 남편과의 불미스러운 일이 여러 차례 보도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돼 분양사업에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역시 90년대 최진실만큼 빛났던 고현정(사진). 그녀는 최근 SBS 드라마 ‘봄날’의 제작 발표회에서 컴백의 첫 걸음을 화려하게 뗐다. 출연료도 최고 대우로 받았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함께 겪고도 최진실은 추운 ‘겨울’을, 고현정은 화사한 ‘봄날’을 맞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뭘까.

운군일 SBS 드라마 국장은 “예전에는 이혼하면 곧장 스타의 생명이 끝났지만 이혼율이 높은 요즘은 어떤 이혼인가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혼이라는 ‘결과’보다 이혼의 ‘과정’이 중요해진 것이다.

남편의 폭행 등을 이유로 이혼한 개그우먼 이경실이나 김미화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이유 있는 이혼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혼 후 이미지 관리에 따라 스타의 운명도 달라진다.

영화감독 김성덕씨는 성공사례로 배우 이미연을 꼽았다. 그녀는 ‘당당한 이혼녀’임을 밝히는 것으로 이혼 뒤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이혼 뒤에는 작품선정을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며 “‘파리의 연인’처럼 화려하고 발랄한 주인공보다 생활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캐릭터가 더 좋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드라마 복귀 전략에서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혼 후의 첫 모습을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드러내 팬들의 관심을 ‘이혼’보다 ‘작품’에 쏠리게 했다. ‘봄날’에서 그녀가 맡은 캐릭터도 사랑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차분한 배역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고현정씨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창 때 대기업 가문과의 결혼으로 떠났다가 이혼해서야 돌아왔다는 점이 팬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