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탈북자의 미국 망명이나 난민 신청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는 그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최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발효된 북한인권법 중 ‘북한 주민이 한국 헌법에 따라 향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적 취득권을 이유로, 미국으로의 난민 또는 망명 신청 자격을 제한 받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유권해석인 셈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18일 “이 규정만 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도 다시 미국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적 대상자는 제3국에 체류하는 ‘헌법적 한국인인 탈북자’를 지칭한다고 미국측이 알려 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에 입국해 정착한 탈북자의 미국 망명이나 난민 신청이 인정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최근 한국 내 탈북자들 사이에서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미국에만 들어가면 정착금 3억∼4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자 미국에 불법 입국하기 위해 캐나다나 멕시코로 출국한 탈북자가 50∼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千璂元) 대표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탈북자의 미국행을 주선하는 브로커들이 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며 “미국에 들어간 일부 탈북자는 망명을 위해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1년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허모씨(32)는 “미국 가면 전부 받아 주고 거액의 정착금도 준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는 망명이나 난민 인정을 쉽게 받기 위해 한국에서 정착했던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