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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이영훈교수 “국사교과서 ‘日帝토지-쌀 수탈’은 신화”

입력 | 2004-11-18 20:12:00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쌀을 수탈했고, 정신대를 강제 동원해 일본군 위안부로 삼았다고 기술한 중고교 국사교과서는 신화(神話)에 불과합니다.”

이영훈(李榮薰·사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종로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한일, 연대21’ 발족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국사 교과서에 그려진 일제의 수탈상(收奪相)과 그 신화성’이라는 발표문에서 이렇게 주장해 학계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1946∼2002년에 나온 중고교 국사교과서 59종을 검토한 결과 “과학적 근거를 갖지 않은 이런 집단기억이 민족과 전통의 권위를 빌려 국사(國史)라는 이름으로 승화됐다”고 주장했다.

먼저 교과서들은 일제가 토지 소유권을 신고하게 하는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해 농민들에게서 사기와 폭력으로 전국 농토의 40%를 수탈했다고 기술했다는 것.

그러나 이 교수는 “이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다. 역사학계의 토지조사사업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취득한 경지는 전체의 10% 전후였고, 총독부의 토지 수탈이 자행될 여지는 희박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일제가 무리한 산미증식계획을 세워 1927∼31년 총 생산량의 42%를 수탈하는 등 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으로 ‘강제로 가져갔다’고 가르쳐 온 교과서의 내용도 ‘신화’라고 주장했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조선인과 일본인 지주들이 쌀값이 3할 정도 높은 일본에 쌀을 ‘수출’한 것이지 일제가 강제로 빼앗은 수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1943∼45년 산업현장에 강제 동원돼 노역을 한 여성들인 정신대와 1932년부터 일제가 자행한 전쟁범죄인 위안부는 다른데도 교과서는 정신대와 위안부를 동일시하다가 2002년에 와서야 구별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런 신화화 현상은 1974년 교과서 편찬체제가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뀐 뒤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19일 발족하는 ‘한일, 연대21’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거듭되는 민족주의적 충돌을 지양하고 상생의 터전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양국의 지식인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평소 ‘열린 민족주의’를 주창해 온 최원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가 회장을 맡았고, ‘탈민족주의’ 성향의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식민지 근대화론자’인 이영훈 교수, 공노명 전 주일대사,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과 교수 등 한국측에서 11명이 참가한다. 일본측에서는 고모리 요이치(小林陽一) 도쿄(東京)대 교수,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도쿄대 교수, 와타나베 나오키(渡邊直紀) 고려대 초빙교수 등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학자들이 참여한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