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이후 네덜란드의 ‘폴더(polder) 모델’이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노사제도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도 참조해야 할 노사 모델로 언급되면서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지요.
1980년대, 90년대 ‘네덜란드의 기적’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이 모델은 1982년 네덜란드가 ‘바세나 협약’이라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을 가리킵니다.
협약에서 노동조합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대신 사용자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런 노사관계의 안정을 통해 네덜란드는 급속한 성장을 했고, 이후 네덜란드의 폴더 모델은 많은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같은 폴더 모델도 한계에 직면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몇 년 전부터 경제성장률이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도 크게 뒤지면서 실업 급증, 소비 감소 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합의한 안을 거부하기도 했답니다. 결국 폴더 모델이 빛을 바래고 있는 것이지요.
그 대신 정부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네덜란드가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 혜택과 실업수당 등을 줄이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개혁을 진행 중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들은 “폴더 모델의 전통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완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노조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경제장관은 “폴더 모델은 과거 여유가 있을 때에는 통할 수 있었다. 더 이상 폴더 모델로는 네덜란드가 처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폴더 모델 대신 이제는 각 노사가 다른 나라처럼 개별 협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