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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사석원 개인전…생명은 외롭지만 화려한 것

입력 | 2004-11-21 19:55:00

동물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사석원(오른쪽) 작 ‘매화와 닭’(2004년). 동양화에서 서양화로 방향을 튼 그의 작품에는 동양화의 필법이 주는 기운생동과 서양화의 화려한 색이 주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미술학원 건물 안에 있는 사석원(44)씨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진한 물감냄새가 훅 풍긴다. 팔레트를 쓰지 않고 캔버스에 바로 물감을 덩어리로 짠 뒤 붓으로 쓱쓱 밀어내며 그리는 그의 작품 세계가 후각적으로 느껴지는 현장이다. 이어 펼쳐지는 화려한 색채와 해학의 세계.

새벽녘에 아침을 알리겠다고 목청을 뽑아 올리고 있는 빨간 새벽 닭, 노란 장미꽃을 한아름 등에 싣고 가며 웃고 있는 하얀 당나귀, 피 말리는 경기를 치렀는지 눈두덩은 피멍으로 얼룩졌지만 튤립 다발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노란 얼굴의 이종격투기 선수…. 캔버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명랑, 쾌활, 유쾌해진다.

24일∼12월 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본래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마침내 지필묵을 버리고 동물의 해학적 형상을 주제 삼아 서양화의 길을 걸으며 펼쳐 온 세계를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지필묵을 버렸다고는 하지만 동양적 화풍이 작가 특유의 조형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동양화 수련을 통해 익힌 필법이 붓질에 그대로 남아 생동하는 기운과 함께 서양회화의 화려한 색채가 뿜어내는 발랄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화의 주요 소재인 산수를 서양회화로 표현한 ‘풍악’ ‘인왕의 사계’ 등 대작들도 처음 선보여 눈길을 끈다. 물감 덩어리로 울퉁불퉁 돌출한 울긋불긋한 산의 모습이 만져질 듯하다. 거칠지만 자연스러운 야성의 매력이 느껴지는 풍경들이다.

작가는 “동양화를 공부하게 되면 사군자, 화조, 산수 순으로 그리게 되는데 드디어 물감으로 산수를 그리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고독하고 외롭지만 살아있는 것에 대한 찬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불처럼 물감으로 세상을 덮고 싶다”는 화가의 이번 개인전에는 모두 50여 점이 선보인다. 02-736-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