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연말정산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득세가 면제되는 부분을 확정한 뒤 미리 낸 세금을 돌려받는 절차. 전체 소득 가운데 소득세를 내지 않는 부분을 정하는 작업을 소득공제라고 한다.
소득공제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있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차곡차곡 모아둔 돈에 대해 세금까지 돌려받는 일은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연말까지 가입하면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저축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소득공제 혜택이 크다.
만 20세 이상의 무주택 가구주는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에는 무주택이거나 25.7평 이하의 집 하나를 가진 만 18세 이상 가구주가 가입 대상이다.
두 상품을 합해 한 해 넣은 돈의 40%(최대 3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저축도 소득공제 혜택이 많다. 2001년부터 판매 중인 은행의 연금신탁,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투자신탁 등이다.
이들 상품에 한 해 동안 넣은 돈(세 상품을 합해 최대 240만원까지)에 대해 소득공제가 된다. 240만원을 공제받을 때 개인 소득별로 돌려받는 세금은 24만∼95만원.
아직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연말까지 상품에 가입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한 분기에 최대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연말까지 300만원을 넣으면 40%인 12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개인 소득에 따라 12만∼48만원이다.
연금저축에도 한 분기에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연말까지 240만원을 넣으면 모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이들 상품은 만기 전에 중도 해지하면 불이익이 따르므로 여유자금을 5년 이상 장기 운용한다는 마음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불입한 연간 보험료 가운데 최대 100만원에 대해서도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기존 가입자에게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일부 상품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아 새로 가입할 수는 없으나 기존 가입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이 판매한 개인연금저축 상품은 연간 가입액의 40%(최대 72만원까지)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개인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2001년 이후 연금저축에도 가입했다면 두 상품에 대해 별도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올해 개인연금저축 상품에 72만원, 연금저축 상품에 240만원을 가입했다면 모두 312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 경우 개인 소득에 따라 31만∼123만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2000년 10월 31일까지 판매된 주택청약부금도 연간 불입액의 40%(96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후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과 주택청약저축에도 가입한 경우 세 상품을 모두 합해 연간 3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가 된다.
▽대출 이자와 신용카드 공제=일정한 요건을 갖춘 대출 상품에도 갚은 이자에 대해 연간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주택 관련 대출 이자로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구입하는 주택이 국민주택(전용면적 25.7평) 이하이고 대출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연 6% 이율로 대출받은 경우 6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아 60만∼240만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연간 급여의 10%를 초과한 금액의 20%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간 4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 1000만원을 신용카드로 소비했다면 12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는 것. 이 때 돌려받는 세금은 24만원 정도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저금리 현상이 정착되면서 금융상품의 수익 대비 세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정산을 염두에 두고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