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농구 최장신(207cm)인 서장훈(삼성)은 지난 주말 모처럼 밝아 보였다. 삼성이 5연패에 빠지면서 비난의 화살을 받다 모처럼 득점과 리바운드가 살아나며 2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센터인 서장훈은 올 시즌 들어 외곽슛을 많이 던져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필자는 연세대 감독 시절 가르쳤던 서장훈을 떠올렸다.
지난 94년 대학팀으로는 처음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했을 때에도 서장훈은 외곽 슛을 자주 시도했다. 당시 센터는 포스트에서 수비나 리바운드만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있던 한국농구계의 풍토 속에서 필자 역시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세계농구의 조류는 이미 바뀐 지 오래다. 3점슛이 처음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3점슛 쏘는 223cm의 센터 사보니스를 보유한 소련은 미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속공의 경우에도 슬로브레이크(slow break) 또는 세컨드 브레이크(second break)라 하여 아웃렛 패스를 한 센터가 다시 볼을 잡아 슈팅까지 하는 작전도 비중 있게 취급되는 추세다.
이런 세계농구의 조류를 올림픽을 통해서 확인한 필자는 연세대에 이를 도입시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속공 과정과 공격제한시간 및 아웃오브바운드 때 사용하는 패턴에선 포지션에 상관없이 슛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큰 재미를 봤다.
요즘 새삼스럽게 센터의 플레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있는 것은 아직도 세계농구 흐름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해프닝이 아닌가 한다.
MBC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