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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라이트]신지호 “미래는 자유주의가 이끌어야”

입력 | 2004-11-22 18:20:00

신지호대표


《“구(舊)우파가 산업화 세력이라면 자유주의연대는 선진화 세력이다. 우리는 또한 구우파의 국가주의를 버리고 자유주의를 택했다.” 22일 출범을 선언한 ‘자유주의연대’의 대표 신지호(申志鎬) 서강대 겸임교수의 말이다. 자유주의연대가 내걸고 있는 뉴라이트 운동은 왜 시작됐는지, 뉴라이트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등을 그에게 들어봤다.》

“4월 17대 총선 결과 의회 권력은 교체됐고 이로써 1987년 시작된 민주화는 완성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한 시대의 완성은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잉태한다. 민주화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민주화세력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권력 분산 등을 성취해 6월 항쟁을 완성하는 역사적 성과를 거뒀지만 미래지향적이 아닌 과거청산형 개혁에 머물고 독선 편협 옹졸함에 빠짐으로써 선진화로 가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화세력이 민주화세력에 의해 교체됐다면 이제 선진화세력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그의 비판 수위는 꽤 높았다.

“민주화세력의 지배 이후 참여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대중 선동형 포퓰리즘이 횡행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요체인 법치주의와 의회주의가 종종 무시되곤 한다. 성숙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중민주주의적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Old Right)와 어떻게 다를까.

“구우파가 국가주의적 우파였다면 우리는 자유주의적 우파다. 기존 우파가 과거회귀적인 데 비해 우리는 미래지향적이다. 이 같은 측면 때문에 우리는 ‘중도우파’라는 막연한 명칭을 거절한다. 구우파가 중상주의적이었다면 우리는 시장주의이다. 또 일방적 세계질서가 아닌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다르고, 혹독한 약육강식의 처방을 거절한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나 미국 뉴욕 월가의 ‘신자유주의’와도 다르다.”

사실 우파는 ‘자유경쟁, 시장원리, 자유무역,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인센티브 강조, 작은 정부, 탈규제와 민영화, 변화에 신중한 태도’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한국의 우파는 ‘특권 부패 비합리 불투명 정실 정경유착’ 등의 이미지를 뒤집어쓰면서 ‘수구꼴통’ 또는 ‘꼴보수’로 비난받아 왔다. 그래서 신 교수에게 “한국에는 합리적 보수세력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우파가 건강해지려면 ‘우파 내 혁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래서 뉴라이트 운동, 보수혁명을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자유주의 사상을 전파하다 보면 각종 사안에 대해 구우파와 자연스럽게 분리될 것이다.”

좀 더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현재 자유주의그룹이 ‘우파 내 자성(自省)이나 세력교체’보다는 집권세력과의 싸움에 더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 상황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반자유주의적이어서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부패척결은 지지한다. 이것은 1987년 이후 누가 집권하든 해야 하는 과제였고 꾸준히 집행돼 왔다.”

자유주의는 다원(多元)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못하는 사람을 자유주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같은 측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상의 자유, 사회주의정당 허용 문제 등에 대한 시각을 물어봤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가장 귀중하게 여기지만 그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본다. 사상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즉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는 없애도 되지만 잠입, 탈출 등 구체적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제한해야 한다.”

그는 우파 내에서도 세력 교체가 이뤄져야 하지만 좌파도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의 진정한 ‘뉴레프트(New Left)’가 되려면 북한 정권에 반대해야 하고 과거의 마르크스주의나 주체사상을 깨끗이 털어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의 역사를 올바로 터득하고 이념의 현대화를 이루는 것이 뉴레프트의 기본적 전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안에 따라 우리는 구우파보다 뉴레프트에 더 친근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유주의운동을 시작하면서 어떤 간판을 내걸지 고민스러웠는데 동아일보가 마침 ‘뉴라이트’ 시리즈를 하며 용어까지 만들어줘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리=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신지호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1981년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골수 운동권’ 학생이었던 그는 졸업 후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나 1992년 스스로 마르크스주의자였음을 밝히며 ‘고백’ ‘그대 아직도 혁명을 꿈꾸는가’ 등의 글을 쓰고 전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과 한국개발원(KDI) 북한경제팀 초빙연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