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에 이어 돈을 주고 대리시험까지 친 사실이 적발되면서 수능 부정 파문이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3일 수능에서 대리시험을 부탁하고 돈을 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광주 S여고 출신 재수생 J씨(20)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17일 실시된 수능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서울 모 여대 법학과 재학생 K씨(23)에게 돈을 주고 대리시험을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J씨는 1년 전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K씨에게 62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무통장 입금으로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J씨는 올 초 모 전문대에 등록하자마자 자퇴해 돌려받은 등록금과 학원비 등을 보태 이 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수능에서 감독관의 감독이 허술해 잘하면 성공할 것 같아 대리시험을 계획했다”며 “인터넷 채팅을 통해 친해진 언니가 공부도 잘하고 평소 과외를 해 믿고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J씨는 또 “공부도 힘들고 성적도 오르지 않아 불안해하다 언니와 상의하던 중 먼저 대리시험을 부탁했다”며 “언니가 적발됐을 때 감독관이 ‘문제가 생기면 결시 처리하겠다’고 말해 안심하고 있었는데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J씨가 K씨를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됐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대리시험 브로커 조직의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대리시험이 만연해 있다는 주장이 올라온 적이 있어 전국적으로 다른 지역에도 사례가 더 있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린 ‘임성현’씨는 ‘수능부정 휴대전화만이 아닙니다’라는 글에서 “지난해 수능 원서접수 이전에 거액을 제시하며 대리시험을 치러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씨는 “수능 원서접수시 대리시험을 치를 사람의 사진으로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접수시키며 이를 위조하는 브로커도 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임씨는 이어 “당시 제안자가 거액을 줄 테니 지방의 의대나 약대를 보낼 점수를 받아 달라고 했다”며 “명문대나 의약계열 학생들 가운데 이런 제안을 받은 사람들이 꽤 많다”고 주장했다.
한편 휴대전화 부정행위에 이어 대리시험까지 터지자 광주지역의 수험생들은 “혹시 이번 대입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광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