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건설이 서울 광진구 노유동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트라팰리스에 적용될 ‘대면식 주방시스템’. 거실의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제공 삼성건설
아파트도 진화한다.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 각 건설업체는 고객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조금씩 아파트를 변모시켜 왔다.
작지만 유용한 아이디어를 주부들로부터 직접 얻음으로써 아파트의 품질을 높이고 아파트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 것.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발코니가 많다는 것이다. 분양가 자율화 이전 아파트는 거실과 안방 앞에만 발코니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지어진 아파트에는 작은 방들은 물론 주방에도 별도의 발코니(보조주방)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 이 때문에 같은 24평형이라도 체감 넓이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가 훨씬 넓다.
건설업체 중에는 거실과 작은 방 앞에 만들어질 발코니 면적을 조금씩 줄이는 대신 이들 면적을 모아 2∼3평 규모의 별도 ‘서비스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델하우스에는 주로 다(茶)실로 꾸며져 있다.
수납공간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 평형의 현관에는 골프채를 넣어두는 전용 수납장이 많아졌고, 주방에 딸린 창고에는 생활소품을 체계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격자식 수납장이 설치되고 있다. 삼성건설은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박영순 교수와 공동 연구해 아파트 수납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하기도 했다.
중견건설업체인 동일하이빌은 주방 창고에 격자식 수납장을 설치하는 것을 자사의 브랜드처럼 활용하고 있다.
주방은 점차 아파트 생활의 중심으로 설계되는 추세다. 옛날 대형 평형 아파트 중에는 미닫이 문으로 거실과 주방을 구분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실과 주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된다. 이 때문에 주부가 요리를 할 때 거실에 있는 가족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주방 가구가 배치되기도 한다.
아파트의 각 방은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거실 창과 같이 남향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50평형 이상의 대형 평형만 구조가 다양했지만 지금은 20∼30평형대에서도 방 배치가 다양화되고 있다.
마감재에 쓰이는 자재를 친환경으로 꾸미는 것은 기본.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단지 내에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서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고, 산책로나 인라인스케이트 코스까지 아파트 단지 안으로 파고들고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