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에 있는 우리 집은 14층보다 시세가 1억원 정도 낮은데 우리 집만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판이다. 14층 아파트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8억원인데, 왜 우리 집이 9억3500만원으로 더 높게 매겨져 있나.”
이달 초 정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주택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으로 정하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52평형 아파트 소유자가 구청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한 내용이다.
종합부동산세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일반 아파트의 재산세를 계산할 때도 국세청 기준시가를 적용하면 실제 시세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로열층(주로 중간층)에 있다는 이유로 재산세를 10여만원씩 더 내야 하는 경우(40평형대)가 발생한다.
보유세액이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0% 상한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기준 금액이 없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보유세 개편안은 정부 스스로 밝혔듯이 과세 형평성을 바로잡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시세가 상대적으로 싼 강북 혹은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보다 재산세를 많이 내는 불공평함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새 보유세 제도는 새로운 과세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에는 비교 대상이 멀리 떨어져 있는 타 지역 사람이 아닌 같은 아파트 바로 아래·위층 사람이기에 불공정의 정도가 더 크게 느껴지는 실정이다. 바로 위층 사람은 세금을 안 내는 데 나만 많이 내게 됐다는….
새로 도입되는 종합부동산세가 재산세 성격을 띠는 것임에도 국세로 징수되는 것 역시 지자체와 중앙정부를 수혜 대상자로 볼 때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의 대상이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에는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렇게 뻔히 드러난 과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새 제도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세금은 공정해야 한다. 공정하지 못한 세금은 그 수명이 짧아 국민에게 혼란만 안겨 주기 때문이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