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영화방
군대를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쓸 생각인 영화학도 출신의 이지훈 일병(김정훈). 그는 보안대에 행패를 당하다 수색대 이민기 병장(박건형)에게서 도움을 받는다. 이 병장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지훈은 수색대에 자원한다. 이 병장의 제대를 며칠 앞둔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 소식이 전해지자 비무장지대(DMZ)는 긴장감에 휩싸인다.
영화 ‘DMZ, 비무장지대’는 1979년 10·26사태부터 12·12사태까지 비무장지대를 지켰던 한 남자의 체험과 진심이 담긴 작품이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머릿속에서 추상적인 단어로 맴돌던 전쟁의 실체는 무엇일까?
당시 전방부대 수색대원으로 근무한 이규형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가지를 보여준다. 그 하나는 다소 과장된 유머. 고참과 후배, 장교와 사병의 갈등, 부대 앞 다방풍경, 여자 팬티를 입고 자면 편안한 자대(自隊)에 배치된다는 식의 ‘군대 야담’이다.
또 하나는 현실이다. 최근 DMZ에서 발생한 3중 철책선 절단 사건이 뉴스의 초점이 됐지만 이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상대방 관할지역으로의 침투와 복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양측의 교전을 담고 있다. 영화는 남측 이민기와 북측 이상호(정채경)의 죽음을 통해 전쟁이 구체적인 인간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민기는 북한군과 대치하는 순간 “그냥 가주라. 제발 부탁이다”, 상호는 북에 있는 딸을 위해 “포로로 넘기지 말고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한다.
‘DMZ…’의 강점은 분단문제에 실체적으로 접근했다는 것. 하지만 이 강점은 지나치게 많은 에피소드가 분절된 채 전달돼 영화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 1980년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어른들은 몰라요’로 흥행 1위를 기록했던 이 감독이 1995년 ‘헝그리 베스트 5’ 이후 9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2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