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콥 토빙
늦가을 금강산 산행은 즐거웠다. 공기는 깨끗했고 신선하며 청량했다. 낙엽이 발밑으로 밟혔다. 아름다운 바위 봉우리들이 환히 돋보였고, 시리도록 투명한 물이 골을 따라 흘렀다.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금강산은 어떤 모습일까. 봄은, 혹은 여름의 금강산은 또 어떤 모습일까를 산행 동안 상상해 보기도 했다.
현대아산의 초청으로 여러 나라의 대사들과 함께 18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을 다녀왔다. 남북한 군사력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금강산은 그 이름처럼 절경이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벌써 6년이나 됐다고 한다. 남한과 금강산을 이어 주는 대로가 건설됐고, 개축된 호텔들과 음식점들, 온천, 사우나장도 문을 열었다. 금강산에는 남쪽에서 온 수백 명의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금강산 방문 기간 동안 6·25전쟁 때 전소됐다는 신계사의 대웅전 복원 공사 낙성식 행사가 열렸다. 새로 단장한 신계사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맑은 계곡물이 세속의 시름을 잊게 하는 것 같았다. 남쪽의 지원으로 복원된 신계사 대웅전의 사례는 남북한 불교 교류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낙성식 후 경치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고 구룡연에 올랐다 내려와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나는 이번 금강산 관광을 통해 남북한 사람들의 화합과 상호 협력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평화통일 노력에 민간인들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이 사업이 상업적으로 손실이 많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한 사람들의 평화통일 염원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앞으로도 좋은 결실을 보아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자콥 토빙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