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를 경찰에 최초로 신고한 고교생이 최근 3년 동안 광주의 한 고교에서 부정행위가 ‘대물림’됐다고 24일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이 학생을 소환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에 따라 공소시효(5년) 안에 이뤄진 부정행위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커닝 수법을 바꿨다”=경찰에 따르면 수능 전날인 16일 오후 112로 주동자 8명의 명단을 제보했던 광주 A고교 3년 B군(19)은 “지난해까지 이용했던 커닝 수법을 바꾸는 바람에 올해 141명이나 되는 인원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고 털어놨다.
B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A고교에서는 성적우수자인 일명 ‘선수’ 한 명이 답안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뒤 이를 ‘도우미’가 받아 음성메시지로 전송하면 머리를 팔로 괴어 소매밑에 붙여둔 이어폰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수법이 적발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도우미의 음성을 잠깐이라도 놓치면 만회할 기회가 없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또 성적우수자 한 명의 답안에 의존할 경우 정답 적중률이 떨어지는 단점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올해는 정답을 음성 대신 ‘모스부호’와 유사한 수법(휴대전화를 통화 중 상태로 놓고 정답번호 숫자만큼 두드리는 방법)으로 도우미에게 전송하면 도우미가 이를 문자로 전송해주기로 했다는 것.
또 선수 수를 한 명이 아닌 39명까지 늘려 정답 적중률을 높이도록 했다.
B군은 “최근 2년 동안 해마다 10여명이 기존의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했으며, 실제로 이 방식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아 대학에 진학한 경우도 있었으나 실수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수가 39명이 되면서 도우미 수도 늘어났고, 이들이 사용할 휴대전화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정행위를 원하는 수험생들로부터 1인당 30만∼90만원의 돈을 받게 됐다는 것.
또 지난해까지는 후배들로만 구성됐던 도우미 일부가 선배들이 마련해 준 돈으로 밤새 술을 마셔 시험 당일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대학생 선배를 포섭해 도우미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어디까지 확산되나=B군의 이런 폭로와는 별도로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수법이 광범위하게 통용됐고, B군이 밝힌 기간 이전에도 이 같은 소규모 수법이 광범위하게 유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 시내 전 고교를 상대로 한 전면 재수사와 함께 대학 진학자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B군이 어머니에게 관련 사실을 털어놓자 어머니가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경찰에 신고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신분 보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광주=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