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한국인 남편이 좋아요.' 지난해 결혼해 서울에 살고있는 30세 동갑내기 부부 권영주씨(왼쪽)와 나카무라 에리.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들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한국남성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일본 여성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에는 드라마 속 왕자님 같은 남성상을 꿈꾸며 한국 남성을 만나고 싶어 한다.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으로 이뤄진 커플은 실은 ‘용사마’(드라마 겨울연가 주인공 배용준의 애칭) 열풍 이전부터 생겨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959쌍이었던 이들 커플은 지난해 1242쌍으로 늘었다.
용사마가 일본 중년 여성의 향수를 자극한 ‘세대 상품’이라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커플은 일찍이 해외 유학과 여행을 경험한 20, 30대 글로벌라이제이션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19일 동아일보 미디어센터에 모인 ‘다마히요 코리아’ 회원들. 한국으로 시집 온 일본 여성들은 이 모임을 통해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강병기기자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일본 남성과 한국 여성 커플과는 다르다. 대개 해외에서 국적을 따지지 않고 비슷한 취향을 추구해 만난 이들에게서는 양국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더불어 달라진 젊은 세대의 가치관도 발견된다.
과연 한국 남성은 매력이 있는가.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호리야마 아키코는 “한국에 모두 ‘용사마’가 걸어 다니는 것은 아닌데…”라며 웃는다.
국내에서 한국 남성과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둔 일본 여성들을 심층 인터뷰해 일본 여성의 눈에 비친 한국 남성의 경쟁력을 점검한다.
○ 한국과 일본, 열정을 꿈꾸다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가 남녀의 관점에서 각각 쓴 연애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형식을 빌리기로 한다. 지난해 결혼한 주부 나카무라 에리(30)와 고진 모터 임포트 테크니컬팀 권영주씨(30) 부부, 내년 결혼을 앞둔 ㈜시사일본어학원 유학본부 도네 메구미(30)와 회사원 김정욱씨(37) 커플의 이야기이다.
#커플 1―아내 나카무라 에리
2001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어학 연수할 때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 지난해 9월 결혼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남자…. 결혼 전 그가 그리워 2002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화여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며 말을 배웠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의 나라에서 과연 살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이따금 밤에 군대 시절 꿈을 꾼다고 합니다. 만약 이 나라에 전쟁이 나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굳건해 놀랍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합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께서 “그러면 서로 불편해진다”며 따로 살자고 하셨습니다.
지난해 화이트데이에 남편은 근사한 호텔 식당에서 꽃과 평소 갖고 싶었던 지갑을 건네며 프러포즈했습니다. “평생 네 차를 세차해 주고 싶다.” 아, 책임감 강한 그는 무척 로맨틱하기도 합니다.
#커플 1―남편 권영주씨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옛날 독일에서 만나 결혼했습니다. 저의 국제결혼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으셨지만, 신중하라고는 충고하셨죠. 여성스럽고 예의바른 에리를 만나고 나서는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아내와 함께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종종 이야기합니다. 넓은 세계에서 양국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생겨났습니다.
지난해 그녀에게 프러포즈했을 때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이던 아내는 나중에 제게 고백했습니다. “그때 당신이 내게 프러포즈하지 않았다면 일본으로 영영 가는 비행기를 탔을 거예요.” 기다릴 줄 아는 그녀가 가슴 떨릴 정도로 애틋합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저와 함께 매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함께 자동차 경주를 구경하러 나서는 나의 아내를 사랑합니다. 국제화시대에 중요한 것은 부부의 국적이 아니라 같은 취향입니다.
#커플 2―여자친구 도네 메구미
지난해 봄 우연히 그를 만났습니다. 일본의 한 전자회사에 다니다가 틀에 박힌 일이 재미없어 그만두고 무작정 뉴질랜드로 여행을 갔죠. 스노보드를 타러 가려 헬리콥터에 올랐는데 동승한 사람 중 동양인이 그와 저, 딱 둘이었어요. 외모가 비슷하니까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이 끝난 후 그는 한국으로, 저는 일본으로 각각 돌아가 e메일과 인터넷 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사랑하게 됐어요. 뭐랄까, 생각이 확실하다고 해야 할까. 딱 이거다 싶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점이 있더라고요. 여자로서 보호받는 느낌, 참 좋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연애하기 위해 제가 한국으로 와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같이 붙어 다니다 보니 예전에 얼굴 못 보고 감정 키울 때와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1엔 단위까지 꼼꼼히 따져 더치 페이하는 일본 남성에 비해 그는 데이트 비용을 거의 모두 부담합니다. 처음엔 “야아” 하고 좋았는데 점차 부담스러웠어요. 꽃 한 송이 선물하더라도 조그맣지만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것을 건네는 일본 남성에 비해 그는 지나치게 커다란 부피를 안겼습니다. 여자 친구의 표정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차 탈 때 문을 열어줘 영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가 된 느낌을 주는 남자, 데이트할 때 식사할 장소의 정보를 미리 수집해 ‘짠’ 하고 내놓는 남자, 무거운 것 들지 못하게 하는 남자, 쇼핑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줄 아는 남자인 그를 사랑합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대학교수는 제게 “한국 남성을 사귀고 있으니 일본 여성의 꿈을 이뤘다”고 말해 그와 함께 많이 웃었습니다.
#커플 2―남자친구 김정욱씨
요즘 현대 여성들은 지나치게 남성 위에 올라서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일본 여성에게는 상냥한 성향이 상당 부분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은밀한 시간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요구하는 메구미이지만 아침에 늘 먼저 일어나 오렌지 주스, 갈아입을 속옷, 깨끗한 타월을 준비해 놓습니다.
만난 지 100일째 되던 날 그녀와 단 둘이 만나는 데이트 약속을 깜빡 잊고 다른 술자리 모임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빛으로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는데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투게 됩니다. 겉으로는 매우 여리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강한 여자, 그녀가 제 여자친구입니다.
○일본 여성이 말하는 한국 남성
한국인 남편 조성일씨와 일본인 아내 우네세기 유코. 지난해 결혼했다.
19일 동아일보 미디어센터에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 7명이 모였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의 모임인 ‘다마히요 코리아’ 회원들. 100여명의 회원을 둔 이 모임에서 일본 여성들은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친목을 다진다.
이날 모인 여성 7명 중 4명이 영국과 호주에서 유학 중 남편을 처음 만났으며, 한 명은 남편이 유학 중이던 일본에서, 두 명은 자신이 유학 중이던 한국에서 남편을 만났다.
이들에게 한국 남성의 경쟁력을 물었다. 지적 능력, 외모, 국가관, 패션 감각, 집안일 보조, 섹스할 때 여성을 배려하는 정도 등 17개 항목을 주고, 한국 남성과 일본 남성 각각에 대해 1점부터 10점까지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17개 항목 중 6개 항목에서 한국 남성이 일본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성에게 부드럽게 대해 주는 로맨틱한 태도, 신체적 힘, 국가관, 일에 대한 추진력, 휴일에 가족과 시간을 나누는 빈도, 지적 능력 등이었다. 이 중 로맨틱한 자세와 신체적 힘은 각각 평균 7.4점과 7.3점으로 일본 남성이 얻은 4.3점과 4.4점을 크게 앞섰으며, 나머지 4개 항목은 근소하게 일본 남성보다 우위였다.
반면 패션 감각(일본 남성 8점, 한국 남성 3.4점), 외모(일본 7.9점, 한국 3.9점), 경제적 능력 및 경제관념(일본 7점, 한국 3.9점), 시간을 지키는 태도(일본 6.9점, 한국 2.9점), 섹스할 때 여자를 배려하는 정도(일본 3.7점, 한국 2.9점) 등에서는 한국 남성이 뒤졌다.
특히 한국 남성과 함께 살 경우 ‘시댁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표시했다. 과거 일본 메이지민법이 ‘호주의 친족으로서 그 집에 있는 자 및 그 배우자를 가족으로 칭한다’고 정한 것처럼 일본의 ‘집’ 개념은 지극히 개인주의와 핵가족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
주부 우네사키 유코(32)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관계가 지나치게 친밀한 것이 신기했다”고, 다카나시 미와(25)는 “학창시절부터 스스로 돈을 버는 일본 남성에 비해 한국 남성은 결혼 후까지 부모에게 의존한다”고 털어놨다.
주관식 질문에서 꼽은 한국 남성의 좋은 점은 △가족을 사랑하고 △몸이 크고 튼튼하고 △열정적이고 △육아를 도와주는 점 등이었으며, 한국 남성의 싫은 점은 △이기적이고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고집이 세고 △싫증을 쉽게 내는 점 등이었다.
일본 여성이 한국에 시집와 겪는 생활 에피소드를 다룬 만화 에세이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를 올해 펴낸 다가미 요코(32)는 한 살 연하인 한국인 남편과 2001년 결혼했다. 그녀는 한국 남성의 경쟁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직설적 애정 표현과 유머 감각이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말한다.
일본 여성이 꼽는 한국 남성의 경쟁력은 이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통 가부장 사회의 무뚝뚝하고 남성 우위인 한국 남성상과는 많이 빗겨나 있다. ‘용사마’가 대중문화에서 제조된 이미지라 하더라도, 실제 한국 남성들도 부드럽고 서구화된 매너를 갖추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쿄대 사회학과 우에노 지즈코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와 7월 공저한 책 ‘경계에서 말한다’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한국에서 병역과 남성다움은 강하게 결합돼 있다. 그러나 지금 사회적 위상이 높아진 젊은 여성들은 여성을 잘 배려하고 즐겁게 해 주는 남성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 여성들의 취향이 ‘생산재 남성’에서 ‘소비재 남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도쿄대 사회학과 하야시 가오리 교수도 기자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용사마 신드롬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예의바르고 부드럽고 깔끔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남성상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추되, 부드럽고 엔터테이너 기질이 있는 남성이 이 시대의 요구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한국 남성은 빠른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을 잃지 않는 일본 여성의 매력을 높이 평가한다.
취재 중 만난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성이 더욱 경쟁력을 갖기 위해 △매사에 시댁을 앞세우지 말 것 △부모에게 경제적, 정신적으로 의존하지 말 것 △신용카드 사용을 절제할 것 △계획성을 가질 것 △과음하지 말 것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것 등을 꼽았다. 국제화 시대에 요구되는 남편감의 덕목이라고나 할까.
독일 함부르크대 교수를 지낸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저서 ‘남자’에서 ‘남자는 인위적이고 여자는 자연적’이라는 짧은 말로 남자를 이야기했다.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이고 남자는 나중에 만들어진다는 그의 설명처럼 한국 남성은 더욱 닦이고 다듬어질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
글=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강병기기자 arche@donga.com
▨한국남자는 이것이 달라요
▼로맨틱하고 세심… 어리광쟁이 기질도▼
일본 여성 사이에 한국 남성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용사마’ 열풍이 크게 작용했지만 “한국 남성이 멋지다”고 말하는 일본 여성들의 말을 들어 보면 “예전에 사귀었던 한국 남성을 잊을 수가 없다”, “유학 시절 알게 된 한국 남성의 남성다움이 인상적이었다”는 등 한국 남성을 만나 그 매력에 눈을 뜬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렇다면 일본 여성이 말하는 한국 남성의 매력은 무엇일까. 남편이 한국인인 필자가 보기에는 다음 다섯 가지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한국 남성의 ‘스트레이트성’이다.
애정의 표현에서도, 분노의 표현에서도 직접적이고 단순해 알기 쉽다. 일본 남성은 빙 둘러 말하며 ‘말 안 해도 헤아려 주길 바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감질나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여기서 파급되는 한국 남성의 매력이 ‘로맨틱함’이다.
한국 남성은 일본 남성에게서는 듣기 힘든 애정 표현이 술술 나온다. 여성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계속되기 때문에 일본 여성은 신선하고 강렬하게 받아들여 잊을 수가 없게 된다.
‘강인함’도 있다.
여성을 설득할 때, 한국 남성은 “나의 연인으로 꼭 만들겠다”는 의지가 무척 강하다. 요즘 일본 남성은 친절하게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기만 할 뿐이어서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때때로 강하게 당겨주기를 원하는 것이 여성의 마음.
또 한국 남성은 ‘세심하다’.
전화 또는 e메일로 빈번하게 여성에게 연락하는 한국 남성과 비교하면 일본 남성은 연락을 별로 하지 않는 드라이한 남성이 많다.
‘어리광쟁이’이기도 하다.
혼자 있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외로움을 잘 타는 모습을 보면 여성의 모성 본능이 생겨나 귀여워지고 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남자도 여자도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광경을 잘 볼 수 없다. 그것도 외로움을 잘 타기 때문이리라.
이상이 개인적으로 본 한국 남성의 5대 매력이다. 이 밖에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은 한국 남성의 성실함을 꼽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킨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몸짱’ 한국 남성을 칭송하는 일본 여성도 있었다. 군대를 경험한 탓인지 몸매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의 매력은 아내와 연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한국 남성은 일본 남성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어졌다. 양국 남성이 서로 멋있어진다면 여성에게는 이처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간노 도모코 전 슈칸분온(일본 시사주간지)기자
▨일본에서 본 한국남성 열풍
▼언론서 교제방법 소개… 맞선 이벤트도▼
지난달 말 어느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의 30층.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제가가 흐르는 가운데 20∼40대 남녀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5개의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국경을 넘어 배우자감을 찾으러 온 일본 여성 13명과 한국 남성 14명이 ‘국제 단체맞선’에 나선 것.
일본 여성들은 서울 여행경비 이외에 참가비 1만엔(약 10만원)을 내고 이 자리에 나왔다. 일본에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한국 남성과 만나는 이런 맞선 이벤트가 크게 늘었다. 아사히신문의 여기자(31)도 취재를 겸해 맞선에 도전했다.
자기소개로 시작된 행사는 식사 후 한 사람당 5분씩 대화하는 것이 고작. 통역을 통하다 보니 이름과 직업을 묻는 것 외에는 불가능했다.
마지막은 ‘사랑 고백’. 남성들이 마음에 드는 파트너에게 장미꽃을 바치며 프러포즈하는 순서였다. 아사히 여기자도 두 명에게서 장미꽃을 받았다. 그러나 성사율은 제로. 여성들 사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후쿠오카(福岡)현에서 온 한 여성(26·간호사)은 이날 행사를 촬영하던 한국인 카메라맨이 ‘용사마’를 닮았다며 연락처를 묻는 바람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른 여성 참가자는 “맞선을 보고서야 한국에 ‘용사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환상을 떨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일본 생활 7년째인 민애선씨(27·와세다대 대학원)는 “요즘 들어 일본 여자친구들로부터 ‘괜찮은 한국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며 “한국 남성의 이미지는 남자답고 매사에 정열적, 적극적이며 매너가 좋다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가 다른 두 나라의 남녀가 선입견만 갖고 연애, 결혼에 골인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일본 매스컴은 아예 ‘한국 남성과 사귀는 방법’ 등을 소개하기까지 발전했다.
일본 여성잡지 ‘앙앙’이 최근호에서 소개한 노하우. △여자는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먼저 남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금물 △남성이 유혹할 때는 우선은 빼는 모습을 보이는 게 유리 △데이트할 때는 장소 선정에서 비용 지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남성에게 맡길 것 등이다.
또 한국어를 너무 잘하기보다는 좀 서툰 편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으며, 한국 남성은 질투심이 많으니 아무리 가까워져도 예전에 사귀던 남자의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한국 남자인 특파원이 보기에는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