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팔루자 대공세를 계기로 시아파와 수니파가 서로에 대해 등을 돌리면서 이라크가 국가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최근 시아, 수니파의 분열은 사상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수니파는 팔루자 사태를 외면한 시아파에 대해 “이슬람의 영혼을 팔아먹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시아파는 수적 우세를 앞세워 내년 1월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세력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악의 분열=1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쪽 오마르 알 카타브 사원. 금요예배를 집전하던 수니파 성직자 아메드 알 쿠바이시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검은 터번을 쓴 그들(시아파 성직자)은 반역자이고 미국의 앞잡이다. 그들은 수니파를 극단주의자 혹은 테러범이라며 미군을 꼬드겼다. 그 후 미군이 수니파를 공격했다.”
이 신문은 “쿠바이시의 설교는 이라크 내 수니파 사원에서 행해지는 전형적인 내용”이라고 전했다. 설교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수니파 무슬림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해외파 테러조직을 이끄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로 알려진 인물은 24일 인터넷을 통해 “성직자들이 우리를 암흑 같은 환경에 빠뜨렸고 우리를 적에게 넘겼다”고 시아파를 비난했다.
▽‘배신감’이 원인=수니파와 시아파는 8월까지만 해도 한목소리를 냈다. 당시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이 성지(聖地) 나자프를 공격해 강경 시아파 진압작전을 펼치자 수니파 성직자들은 적극 나서 시아파를 감쌌다. 일부 수니파는 나자프까지 몰려가 인간방패를 만들며 이맘 알리 사원 사수에 가세했다.
하지만 11월 수니파의 거점인 팔루자가 미군의 대공세를 받는 동안 시아파가 이를 외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시아파 성직자 자말 알 딘은 “팔루자에는 폭력만 아는 테러범들과 사담 후세인 추종자들이 넘친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는 시아파가 총선을 앞두고 뿌리 깊은 ‘수니파 혐오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아파는 인구의 60%를 차지하지만 후세인 정권에서 소수 수니파에 억눌려 왔다. 이번 총선은 전국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총 275석)을 배분받기 때문에 시아파가 주도권을 잡을 기회다.
▽총선 연기론=수니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 이슬람당’은 24일 총선 연기를 주장했다. 앞서 이집트에서 열린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에서도 아랍권 외무장관들은 선거 연기를 제안했다.
이는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경우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과도정부 총리는 내년 1월 총선을 강행할 태세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