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신경계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과 서울대 의대 왕규창 교수 공동연구팀은 25일 닭 배아의 척수를 물리적으로 손상시킨 후 여기에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손상된 부위를 아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내용은 국제 전문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스’에 최근 게재됐으며 10월 말 수원에서 열린 국제 발생공학 심포지엄에서도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소장은 “연구에 사용된 줄기세포는 생명공학연구소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한 3개 세포주 가운데 하나로서 냉동보관된 인간의 배아에서 얻은 것”이라며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척수신경계 질환 부위에 이식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닭의 유정란을 3일간 키운 후 배아를 꺼내 ‘척수 수막염’을 일으켰다. 보통 배아에서 척수는 등 쪽에서 동그란 원을 그리며 양 끝이 달라붙으면서 형성된다. 이때 양 끝이 달라붙지 못하고 열려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 증상을 ‘척수 수막염’이라 부른다.
연구팀은 이 손상 부위에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각각 3, 5, 7일 후에 상태를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떨어져 있던 척수의 양 끝이 거의 대부분 달라붙어 있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