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등을 막기 위해 26일 시한부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래도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다음달 2일에는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파업은 정부가 판정했듯이 목적과 절차가 모두 불법이다. ‘죽도록 파업하는 나라’라는 낙인이 깊어지고 가뜩이나 침체된 투자가 더 위축되는 후유증도 뻔히 보인다.
민주노총은 ‘민주’를 자처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자문(自問)해보기 바란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한 투표에서 파업 찬성률은 재적 조합원의 40%에도 못 미쳤다. 조합원 과반수 찬성이 없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 규정에 따라 파업을 포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단위노조와 상급단체는 다르다’는 등 억지논리를 펴며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파업 목적에도 문제가 있다. 민주노총이 내세운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과 공무원 노동3권 보장은 ‘입법이나 국가정책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정당한 파업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더구나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 파병연장 동의안 저지,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 전면 재협상 등이 근로 조건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민주노총은 전국공무원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국민 반응이 얼마나 싸늘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습관적 불법투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 외면과 줄어드는 일자리 때문에 민주노총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법질서를 존중하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을 일부 양보함으로써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민주노총이 국민과 함께 살기 위해 선택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