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음력 10월 보름인 27일 동안거 수행정진을 시작한다. 한 스님이 동안거를 하기 위해 경기 화성시 용주사 중앙선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화성=김차수기자
전국의 사찰들이 27일 시작되는 동안거(冬安居)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매년 음력 10월 보름부터 3개월간 이뤄지는 동안거는 스님들이 선원(禪院)에 모여 일체의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참선 수행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24일 오후 찾아간 경기 화성시 태안읍 용주사의 중앙선원에서도 동안거 준비가 한창이었다. 결제(結制·안거 시작)에 앞서 미리 도착한 스님 5명이 몇 달 동안 비어 있던 선방을 청소하고 찬바람을 막기 위해 방문에 비닐을 대느라 분주했다. 청소를 마친 스님들은 지대방(수행자들이 쉴 수 있도록 선방 옆에 만들어 놓은 공간)에 모여 이날 오후에 도착한 다른 두 스님과 맞절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서로 안부를 물었다.
지대방 벽에는 스님들이 동안거 중 지켜야 할 규칙과 일과표가 붙어 있었다. 신문 잡지를 읽거나 TV를 볼 수 없고 절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 단체 수행에서 벗어난 자유정진이나 대중공사(모든 스님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일)도 금지한다고 돼 있다. 용주사 중앙선원에는 이번 동안거에 14명이 방부(안거 참여 신청)를 들였다. 결제 하루 전인 26일 방부를 들인 스님들이 모두 모이면 이날 오후 6시 회의를 열어 동안거 기간 중 각자가 할 일을 정한 뒤 업무분담표인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해 선방 벽에 붙인다. 식사 준비부터 화장실 청소, 난방까지 모두 스님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중앙선원에서 동안거를 하기 위해 미리 도착한 정오 스님(범어사)은 “중앙선원은 참선 전통이 강하고 수행하기에도 좋아 다시 왔다”고 말했다.
조계종의 경우 올해 동안거를 위해 2300여명의 스님이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등 총림선원 5곳을 포함한 전국 90여개 선원에 방부를 들였다. 선원 외에 토굴이나 선원이 없는 사찰에서도 수행에 들어가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고 조계종측은 밝혔다.
동안거에 참여한 스님들은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최소한 하루 10시간 이상 참선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無)’ ‘이 뭣고(是甚)’ 등 선원장이나 조실 스님이 내리는 화두(話頭)를 잡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다. 안거는 육체적 정신적 한계상황에서 번뇌와 망상을 떨쳐버리기 위해 자신과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라고 스님들은 말한다.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 스님은 동안거 결제 법어를 통해 “결제란 얻음이나 잃음이 있는 것이 아니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결제 동안 참으로 용맹정진을 한다면 마침내 일득일실(一得一失)의 경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3개월 후 동안거가 끝날 무렵 스님들은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
화성=김차수기자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