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5일 남재준(南在俊) 육군 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곧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자 오후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국방부의 극소수 고위관계자들에게 “남 총장이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참모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말이 전해질 때만 해도 국방부 내에는 ‘설마’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후 2시경 육본 인사담당 장교가 국방부에 남 총장의 전역지원서를 제출하자 국방부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청와대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 노 대통령이 남 총장의 사의를 반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방부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에 나온 국방부와 육군간의 갈등설을 무마하려고 애쓴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앞일을 걱정했다.
가장 난처한 입장이 된 것은 국방부 검찰단. 육군 장성 인사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군 검찰은 이날 육군본부 인사담당계장 차모 중령을 소환한 가운데 압수한 서류에 관해 나흘째 조사를 벌였다. 25일까지 조사하고 돌려보낸 차 중령의 전임자 유모 중령은 26일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실시된 육군 장성 진급 인사에서 실무를 맡은 유 중령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정모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하는 과정에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대령은 지난해 10월 9일 음주운전으로 벌금 50만원을 확정판결받았다. 그러나 군 검찰은 유 중령이 정 대령의 인사기록에 같은 해 9월 29일 벌금 40만원형을 받은 것으로 기록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 중령은 “이는 단순한 착오이며 설사 잘못 기록됐다고 하더라도 정 대령의 진급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이제 군 검찰의 수사는 사실상 끝났으며 진급 심사에 직접 참여한 선발위원회 소속 장성들에 대한 소환이나 조사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 대령 진급 의혹만을 확인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고 괴문서에 언급된 부적격 진급 사례 10가지에 대한 수사는 손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군 검찰 관계자는 “일단 수사의 속도를 조율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필요한 사람도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