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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황제 머독 “감히 내 왕국을 넘봐?”

입력 | 2004-11-25 18:50:00


언론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73·사진)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혀’ 황제 자리를 내놓을 처지에 놓였다.

동업 관계를 맺어 왔던 파트너에게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위기를 맞은 것.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던 시점에 찾아온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그는 회사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는 ‘고육책’까지 내놓았다.

▽독약 처방=50년간 동업 관계였던 미국 리버티 미디어(케이블방송그룹)의 존 멀론 회장이 올해 머독 군단의 모회사 격인 뉴스코프 지분을 야금야금 늘린 것이 갈등의 발단. 멀론 회장은 머독 회장이 미국 위성TV업체인 디렉트TV 등을 인수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인물이다.

뒤늦게 지분 확대를 눈치 챈 머독 회장은 “멀론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를 연발하며 분노했고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를 위해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독약 처방’을 동원했다. 멀론 회장이든 누구든 뉴스코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움직임을 보이면 즉시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헐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배당으로 지급하도록 한 것. ‘물타기’를 통해 적대적 M&A 세력의 지분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조치는 주가 급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머독 회장에게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후계 체제도 미정=현재 멀론 회장의 뉴스코프 지분은 9.1%. 그러나 최근 메릴린치로부터 지분 8%를 사들일 권리를 따내 사실상 지분이 17.1%로 높아진 상태이다.

게다가 최근 뉴스코프가 본사를 호주에서 미국 델라웨어주로 옮김에 따라 호주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어 멀론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추가 지분 확보도 가능하다.

뉴스코프 지분 29.5%를 보유한 머독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도전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머독 회장은 그동안 후계작업을 서둘러 왔다. 장남 라클란(33)과 차남 제임스(31)를 뉴스코프와 스타TV 등에서 경영수업을 시켜 기반을 닦았다. 머독 회장은 자신의 사업수완을 빼닮은 차남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계체제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

머독 회장은 그동안 그룹 내 2인자인 피터 체르닌 뉴스코프 사장에게 많은 것을 의지해 왔다. 그러나 체르닌 사장이 내년 디즈니그룹으로 옮기기로 결정해 후계구도는 예상보다 일찍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독 회장은 1999년 홍콩의 스타TV 부사장이던 37세 연하의 웬디 덩과 3번째 결혼을 해 화제를 뿌렸다. 그는 ‘세계의 정보통신부 장관’ ‘닥치는 대로 삼키는 하마 자본가’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