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能은 ‘수학 능력’의 준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입학을 위해 치러지는 수학능력 평가시험을 일컫는 것으로 쓰인다. 최근 일어난 휴대전화를 이용한 修能에서의 부정행위는 그간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첨단 기술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맛을 남겼다.
修는 삼과 攸로 이루어졌는데, 삼은 彭(북의 소리가 퍼져 나가는 모습), 彩(햇빛이 비칠 때 손으로 열매를 채취하는 모습), 문(채색 문·문채가 빛나는 모양), 彰(밝을 창·무늬가 뚜렷하게 드러남), 彫(새길 조·무늬를 화려하게 새김), 尨(삽살개 방·털이 많이 난 개의 일종) 등의 글자에서 보듯, 광채나 소리가 퍼져 나가는 모습을 말하며 주로 화려한 모습이나 강한 동작을 나타낼 때 쓰인다.
攸는 갑골문에서 人(사람 인)과 복(칠 복)으로 구성되어 사람을 다스리는 모습을 그렸으나, 금문(왼쪽 그림)에 들면서 사람과 나무막대 사이로 세 점으로 된 물(水·수)이 더해졌고, 소전체에 들면서 물을 그린 세 점이 세로획(곤)으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옛날 중국에서는 봄이 되면 좋은 날을 골라 사람들이 함께 모여 목욕을 하면서 그간 쌓인 재앙을 씻어버리는 행사를 하곤 했다. 이러한 행사를 고대 문헌에서는 修계(수계)라고 했으며, 이러한 축제는 지금도 여러 소수민족들에 남아 있다. 서예의 성인이라 불리는 왕희지의 불후의 명작 ‘蘭亭序(난정서)’도 바로 난정이라는 곳에서 베풀어진 이러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즉석에서 읊은 시를 모아 그에 붙인 서문이다.
이처럼 攸는 물로 몸을 씻으며 쌓인 때를 제거하다는 뜻인데, 이후 마음을 닦는다는 뜻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攸에 삼이 더해진 修는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강조한 글자로 해석된다.
能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앞발을 들고 선 곰의 모습을 그렸다. 곰은 육중한 몸집에 비해 날렵함과 민첩함은 물론 대단한 지능을 두루 갖춘 동물이다. 이로부터 곰은 能力(능력)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그렇게 볼 때, ‘修能’은 목욕재계 하고(修) 온 정성을 다하여 ‘배움’의 경지에 나갈 수 있는 능력(能)을 말하는 것이지 글자 한 자, 외국말 한 마디, 컴퓨터 기능 하나 더 할 수 있는 그러한 지식을 말함은 아니다. 그러한 지식은 대학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이제 우리의 대학도 단순한 지식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들을 뽑고 키워야 할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