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기초과학, 국회가 나서 달라.’
7월 국내 기초과학계를 대표하는 5대 학회(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대한지질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단이 모여 한국의 기초과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회 문을 두드렸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은 “4개월간 회장단과 깊이 논의한 끝에 기초과학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초과학계에서 집단적으로 입법청원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고, 변 의원측이 적극적인 입법 활동 의사를 밝혀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6조원 가운데 기초과학 비중이 20% 정도인 것을 2007년까지 25%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기초과학의 위기’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계기는 5월 국정회의에서 확정된 ‘국가혁신체제정립을 위한 과기부 개편방안’이었다. ‘개편방안’은 그동안 대학 교수들의 개인연구 위주로 진행되던 ‘순수기초’에 대한 지원 주체를 과학기술부(한국과학재단)에서 교육인적자원부(한국학술진흥재단)로 이관한다고 명시했으며, 현재 담당부처가 이전된 상태다. 기초과학 전체에서 차지하는 예산 규모는 약 1500억원(50%). 문제는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했던 교육부가 앞으로 기초과학을 제대로 지원할지에 대해 과학계의 우려가 컸던 점이다.
법안에 따르면 현재 각 부처에 분산된 기초과학 연구지원을 종합 관리하는 전담기관을 과기부 산하에 설치한다. 또 전담기관으로 한국과학재단을 선정하되, 이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사진에 과학자를 대폭 임용하는 등 정부나 정치권의 간여로부터 독립적이고 안정된 지원이 이뤄지게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기초과학연구진흥법과 한국과학재단법을 개정한다는 것이 법안의 요지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