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버지 이규봉씨(가운데)에게 자신의 간을 선뜻 기증한 두 딸. 왼쪽이 큰딸 나영씨, 오른쪽이 둘째딸 종은씨. 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애들한테는 미안해서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둘 다 몸이 약해 간이식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애비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두 딸이 적혈구 수혈을 받으면서까지 함께 간을 기증해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하고 있는 이규봉씨(54)가 간경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가을.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부인을 포함한 세 딸은 모두 체격이 왜소했고 이씨도 딸들의 간을 이식받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씨의 상태가 점차 악화되자 이를 보다 못한 큰딸 나영씨(26)가 먼저 간기증 의사를 밝혔다. 검사 결과 나영씨의 간은 건강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또 다른 기증자가 필요했다.
둘째 딸 종은씨(23)는 이미 빈혈증세 때문에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를 위해 간을 이식하고 싶다고 나섰다. 종은씨는 적혈구 수혈을 받고 나서야 간기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 이씨의 간이식 수술은 ‘2 대 1(듀얼) 이식’으로 실시됐다. 기증자의 간 용량이 작을 경우 두 사람의 간을 합쳐 한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다.
1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이승규 교수의 집도 아래 20시간 넘게 진행된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나영씨는 “딸들로서 아버지를 위해 간을 기증할 수 있어 행복했고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수술이 잘 끝났더라도 1년간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아버지가 빨리 완쾌돼 가족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버지 이씨는 무균실에서, 두 딸은 일반 병동에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으며 건강상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