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던킨도너츠’ 가게를 운영하면서 4년째 노숙자들이나 인근 양로원에 도넛을 나눠주고 있는 우종남(왼쪽) 노정인씨 부부. 박주일기자
“요즘은 불황이라 그런지 몸 성하고 젊은 부랑자가 많이 찾아와요. 상자 조각이라도 주워 폐품으로 팔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던킨도너츠’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종남(61) 노정인씨(58·여) 부부.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주변 노숙자들에게 ‘사랑의 빵집’으로 통한다.
배고픈 노숙자들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 가게에 들이닥친다. 노숙자들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때로는 만취한 채 들어온다. 장사에 큰 지장을 줄 법도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신 부부는 도넛을 주섬주섬 종류별로 집어서는 비닐봉지에 넣어 노숙자에게 건넨다.
주변에서는 “자꾸 주면 버릇되니 그냥 보내라”고 조언하지만 우씨 부부는 찾아오는 노숙자들을 단 한 번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없다. 이렇게 매번 나눠주는 빵값만 쳐도 하루 5000∼6000원. 나눠줄 도넛이 없을 때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라도 꼭 손에 쥐어 보낸다.
이들의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주 한두 차례씩 도넛이 가득 담긴 상자를 들고 서울 용산구 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다.
지금은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잠시 중단한 상태지만 이들 부부는 2002년에는 매일 첫 손님 매출을 고스란히 적립해 교회를 통해 불우이웃을 도왔다.
노씨는 “장사라는 건 평생 처음 해보지만 나눠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이런 생활이 돈만 버는 것보다는 더욱 값진 소득”이라며 웃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