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朴用鎭·33.사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광주에서 일어난 수능부정 사건을 비판하면서 ‘광주학생의거’에 빗대는 글을 인터넷 매체에 올렸다가, 누리꾼(네티즌)들의 빗발친 비난에 부랴부랴 삭제하고 공개 사과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24일 인터넷매체인 ‘진보누리’에 올린 ‘광주학생들 대단하다’라는 글에서 “광주학생들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면서 “광주지역의 학생들이 뭉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하나씩을 꼭 만들어냈다. 일제시대 광주학생의거와 80-90년대 이름을 날렸던 남총련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나아가 “세월이 흘러 학생들이 수능부정으로 이름을 날리는게 좀 머쓱하지만 광주학생들의 놀라운 조직력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되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기성세대가 학생들의 행동에 혀를 차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싶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특히 호남 누리꾼들은 “그렇잖아도 사건이 광주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전라도인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어 착잡한데, 이건 또 무슨 막말이냐”고 분노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현대사적으로 민감한 ‘광주’라는 지역을 언급하면서 진보정당의 대변인이 너무 생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지역 신문들도 26일자에서 일제히 ‘막글 파문’이라며 이번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장전형 민주당 대변인은 “광주학생의거와 80년대 독재에 항거한 민족사적인 일까지 비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폭언”이라며 민주노동당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문제가 되자 이 글을 삭제하고, 26일 민노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공개사과문을 띄웠다.
박 대변인은 사과문에서 “지역을 폄하하거나 광주 지역이 품어온 자랑스런 학생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며 “오해를 살만한 시점에 부적절한 비유를 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특히 이번 수능부정 사건으로 황망하고 놀라셨을 학생들과 학부모님 등 지역주민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것은 단지 글뿐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그랬던 것 같아 더욱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