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달 6일 반도체 사업 진출 30주년을 맞는다.
30년 전 일본에서 도입한 기술로 ‘전자 손목시계’용 칩을 생산하던 삼성전자는 이제 세계 2위의 반도체 업체로 성장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으로도 자리를 굳혔다.
▽세계를 놀라게 한 고속성장=1974년 국내 최초의 반도체 원판 가공업체로 설립된 한국반도체는 곧바로 자금난에 빠져들었다.
이듬해인 1975년 삼성전자는 전자시계용 집적회로 칩을 개발했다. 1976년에는 트랜지스터 생산에도 성공했으며 같은 해 3인치 웨이퍼 설비를 부천공장에 갖췄다.
1983년 2월 이병철 당시 회장이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도쿄(東京) 선언’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역사는 획기적 전기를 맞았다. 10개월 뒤인 12월 삼성전자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64K D램 반도체를 독자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84년 256K D램, 1986년 1M D램, 1988년 4M D램, 1989년 16M D램을 잇따라 개발한 데 이어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13년째 삼성전자는 D램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 D램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빠른 기술개발과 투자로 세계 선두 유지=올해 9월 삼성전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세계 최초의 회로선폭 60나노미터(nm) 플래시메모리 등 신제품을 발표했다.
이 제품의 개발로 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했던 ‘메모리 신성장론’을 5년 연속으로 입증했다. 일명 ‘황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 이론은 휴대전화 등의 보급 확산으로 메모리반도체의 용량이 매년 갑절로 커진다는 것.
세계 1위인 인텔의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2배 수준. 그러나 인텔의 최근 매출 성장률이 20% 정도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80%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장을 기초로 지난해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 데 이어 비(非)메모리반도체 분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 공급과잉에 따른 반도체 가격의 하락과 산업 침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황 사장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며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도 반도체는 여전히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으로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