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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납세자연맹 ‘권리찾기’운동 성과…근소세 16억 돌려받아

입력 | 2004-11-28 18:02:00



“2001년 연말정산 때 부양가족 4명을 실수로 2명으로 기록해 기본공제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환급신청을 할 수 있을까요.”(양모씨)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의 홈페이지(www.koreatax.org) 게시판에는 세금을 억울하게 많이 냈다는 하소연과 세법에 관한 질문이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억울함이 해소됐다며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겠다는 사연을 올리기도 한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세제를 강화하는 등 세금을 경제정책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하자 납세자연맹이 펼치는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회장을 포함해 상근직원은 불과 5명이지만 인터넷 회원은 70만명에 이른다. 내년 1월 1일이면 창립 3돌을 맞는 납세자연맹의 활동을 돌아본다.

▽납세자연맹의 활동=납세자연맹은 정부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가만히 놓아두면 잠잠해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헌법소원을 내는 등 정부 당국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때문.

이 단체가 작년 9월 이후 벌이고 있는 ‘국민연금 불복운동’이 대표적이다.

연맹은 “지난해 정부가 소득 파악률이 다른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연금 재정을 통합해 ‘역진적인 소득재분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3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첫 정보공개 청구를 한 뒤 최근에는 이 공단의 책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 밖에 근로소득세 환급운동을 통해 2432명이 16억원의 부당 세금을 돌려받았다.

납세자연맹의 김선택(金善澤·44) 회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에 대해 “부동산 관련 세법을 지금처럼 급하게 만들면 조세행정이 부당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조세반발을 줄이려면 시간을 갖고 문제점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가 관건=납세자연맹의 운영에서 돋보이는 것은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지배구조다. 김 회장은 “창립 이후 정부는 물론 정부 관련기관에서 1원도 받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의 재원은 355명이 내는 정기 후원금과 연맹을 통해 세금을 환급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 등으로 운영된다.

전남대 김영용(金永龍·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이념적 외곽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일부 시민단체는 현 정부와 이념적 궤를 함께하는 점도 있지만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영향도 있다”며 “이런 점에서 납세자연맹의 활동은 독립적이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납세자연맹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특히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너무 보수적인 것 아니냐”는 힐난을 들을 때도 있다. 또 휴면예금 찾아주기 운동 등 활동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회장은 “우리 단체가 하는 일은 진보와 보수의 ‘편 가르기’가 아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제(稅制)를 만든 뒤 강력한 조세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의 잘못을 따지고 납세자의 권리를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