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식물 고아원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버려진 볼품없는 화분들을 낑낑 안고 들어올 때마다 아내가 밉지 않은 눈을 흘기곤 한다. 식물 간병에 별다른 지식은 없어도 정성껏 물 주면 열에 아홉 깨어난다.
죽었나 싶어 가지를 꺾어보던 석류가 때 아닌 초겨울 거짓말처럼 붉은 꽃잎을 내밀고 있다. 눈보라치는 엄동에 주먹 같은 석류야 쩌억 열릴까만 그 붉은 화답(和答)이 뭉클하다.
삶이란 본디 끊임없는 화답이 아니겠는가. 사람과 사물, 모든 목숨붙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온기(溫氣)가 아니겠는가. 저마다 삶과 죽음의 외로운 경계에서 내미는 붉은 안부가 아니겠는가.
반 칠 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