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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차지완/종부세 부담 짊어진 국세청

입력 | 2004-11-28 18:17:00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에 대한 세무공무원의 생각은 어떨까요.

세금제도를 만드는 세제(稅制) 공무원이 “보유세제의 획기적 개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세금을 거두는 세정(稅政) 공무원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합니다. 왜 이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걸까요.

예전에 만났던 국세청의 한 당국자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세제가 바뀌어 신문 제목에 ‘내년에 세금이 몇 배 오른다’고 여러 번 나와도 납세자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세금 납부시기가 돌아오면 반발이 적지 않죠. 즉 ‘고지서 받으면 열 받는 게 세금’입니다.”

이 당국자는 “국세와는 달리 지방세는 고지서가 일일이 발송되기 때문에 지방세 공무원들은 민원 처리하느라 고생깨나 할 겁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보유세제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의 한 자치구에 있는 지방세 담당 공무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세제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징수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요.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나쁘면 세금 거두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신설되는 재산세가 처음 부과될 내년 7월이 오는 게 두렵습니다.”

이 공무원은 “정부가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이 오르는 것만 강조하는 느낌”이라며 “이번 제도의 목표가 ‘보유세 강화’인 만큼 상당수 서민의 세금도 덩달아 올라 조세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탓인지 종합부동산세 징수기관을 둘러싸고 국세청은 ‘과세자료를 갖고 있는 시군구가 걷어야 한다’, 행정자치부는 ‘국세는 국세청이 거둬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을 낸 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국세청에 자신 신고, 납부하는 형태로 세금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지방세 공무원은 “종부세 저항이 적잖을 텐데 국세청이 십자가를 짊어졌다”고 표현하더군요.

내년에 보유세가 부과되면 납세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재산세를 부과하는 지방세 공무원과 종부세를 거둬야 하는 국세청 공무원들은 얼마나 바빠질까요.

차지완 경제부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