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는 세금 정책과 부동산 대책들은 서울 강남권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강남 집값이 급등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좋은 사설학원이나 고등학교가 많아서’, ‘사통팔달 원활한 교통 때문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려고’ 등등 갖가지 분석이 다 나왔습니다.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 보면 강남의 집값은 경제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경제학부)는 최근 자유기업원 홈페이지에 ‘부작용만 키운 10·29대책 1년’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강남 집값 급등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1994∼2001년 서울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 중 63%가 강남 지역(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 집중됐다. 반면 1995∼2000년 서울 전체 주택 수는 36% 늘었지만 강남 지역의 주택 증가율은 5% 미만에 그쳤다. 더구나 양도소득세 중과로 기존 주택의 매물도 감소했다.”
한마디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래서야 집값이 안 오르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닐까요.
정부가 온갖 이유를 들어 갖가지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집값은 결국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평범한 원리를 일깨워주는 분석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인 ‘10·29 종합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직접 규제를 통한 충격 요법을 동원해 단기적으로 집값 오름세는 잡았으나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시켰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공급을 늘린다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니 부동산 시장 일부에서 “3년만 기다려 봐라, 강남 집값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김광현 경제부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