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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대가 더 낫다…△△大가 좋다”… 알고보니 ‘은밀한 홍보’

입력 | 2004-11-28 18:26:00


‘××대는 로스쿨 도입 1순위 대학입니다. 건물 전체를 법학대학원 단독 건물로 사용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대학과 비교해 봤을 때 ××대가 더 낫습니다.’

이 글은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띄워진 ‘××대와 △△대 법대 중 어디가 더 좋은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이다. 같은 내용의 글이 이틀 동안 여러 사이트에 무려 54건이나 게재됐다.

이는 각 대학들이 2005학년도 정시모집을 앞두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신입생 유치 작전의 하나. 인터넷을 통해 입시정보를 수집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각 대학이 재학생까지 은밀히 동원해 ‘인터넷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단국대 천안캠퍼스가 2005학년도 수시1학기에 합격한 예비입학생 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시정보를 얻는 경로는 인터넷(55%)이 가장 많았고 대학홍보책자(24%)와 선배나 친지(19%)가 뒤를 이었다.

▽실태=서울 D대는 3년 전부터 재학생들을 선발해 각종 사이트에서 고교생들이 학교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 일일이 답을 달아주도록 하고 있다. 현재 6명이 매달 장학금 형식으로 22만원을 받고 활동 중. 이들은 낮에는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하고 저녁에는 서로 날짜를 정해 인터넷 사이트를 하루 18시간 이상 관리한다.

이 대학 홍보담당자는 “학교 홈페이지의 ‘입시 Q&A’보다 훨씬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며 “학교의 홍보자료를 정리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생들이 그 자료에 자신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첨부하는 형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S대는 게시판 등에 활발히 학교를 홍보하는 글을 올린 재학생 몇 명과 접촉해 정기적으로 만난다. D대처럼 학생들에게 활동비를 주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면서 학교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올리는 글 가운데 학교 방침과 다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에는 수시로 연락해 수정해주기도 한다.

이들이 올리는 학교 정보에는 학교에 대한 개인적 느낌뿐 아니라 ‘2004년 판사 임용 전국 대학별 순위’, ‘1급 이하 주요 간부 대학별 아웃풋 서열’, ‘주요 10대 기업 취업률’ 등의 통계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재학생들을 동원한 이러한 홍보활동은 ‘대외비’. 서울 C대 홍보담당자는 “학교에서 돈을 받고 하는 일이거나 그 대학의 ‘홍보 도우미’라는 사실을 고교생들이 알면 홍보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일방적인 학교 홍보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대할 것을 학생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응=이 같은 홍보 활동에 대해 고교생들은 ‘상관없다’는 반응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서울 J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김모군(18·서울 서대문구)은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에 대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질문했더니 한 시간 안에 친절한 답장이 와 기분이 좋았다”며 “답장을 보내준 ‘선배’를 봐서라도 그 대학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S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박모양(18·서울 강남구)은 “그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제3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올린 것 같아 믿음이 갔었는데 학교측에서 재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글을 올리게 한 것이었다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