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원래 (간,한)과 같은 글자인데, (간,한)은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나무를 그린 木과 나머지 깃대를 그린 부분으로 구성되어 ‘담 곁에 대는 나무’를 의미한다. 고대 중국, 특히 황토로 이루어진 중원지역에서는 담을 쌓거나 성을 만드는 방식이 독특했다. 그곳의 황토는 돌절구로 단단히 다져 쌓아 놓으면 마른 후 벽돌처럼 단단한 담으로 변한다. 황토를 다져 담을 쌓는 방법을 版築法(판축법)이라 불렀는데, 그것은 황하의 황토가 대단히 높은 밀도를 가졌기에 가능했다.
(간,한)은 바로 황토 담을 다질 때 양쪽 곁으로 대던 큰 나무로, 황토를 다질 때 황토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판을 대는 나무의 축이 되는 나무를 말한다. 그래서 (간,한)은 담 쌓기에서 사용되는 나무들 중 ‘중심이 되는 큰 나무’를 말한다.
이후 (간,한)을 구성하는 木은 干(방패 간)이나 韋로 바뀌기도 했는데 의미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干은 木에 비해 중심 되는 나무라는 뜻이, 韋는 담을 쌓을 때 나무로 황토를 둘러싸는 중국 전통의 담 쌓기 기법이 강조되었을 뿐이다.
韓은 바로 (간,한)에서 木이 韋로 대체되고 획이 줄어 만들어진 글자이며, 몸체, 근간, 중심, 크다 등의 뜻을 가진다. 그래서 韓國은 큰 나라이자 중심 되는 나라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 한겨레에서처럼 ‘한’은 아주 크다는 의미의 순수 우리말이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우리말의 의미를 구현해 줄 수 있는 대응 한자를 아주 잘 찾은 것 같다. 中國(중국)이 단순히 중심이라는 의미밖에 가지지 못하지만 韓國의 韓은 중심 이외에도 대단히 크고 위대하다는 뜻을 가지기 때문이다.
流는 水와 X로 구성되었는데 X는 소전체(오른쪽 그림)에서 거꾸로 된 아이(子·자)의 모습에 양수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그렸다. 아이가 어미의 뱃속에서 태어날 때의 모습을 생동적으로 그린 글자이다. 그래서 X는 흐르다는 뜻을 가진다. 流는 ‘설문해자’에서는 지금의 流에 水가 하나 더 더해진 모습으로, 물의 흐름을 강조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하나가 생략되어 물(水)이 흐르는(X)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동남아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까지 韓流, 즉 한국 유행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韓流가 ‘寒流(한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열풍처럼 뜨거울 때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하여 韓流의 글자 뜻 그대로 위대한 한국의 열풍이 큰 물결처럼 도도하게 퍼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