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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학위로 中취업문 뚫었어요”…韓-中대학 학위공동制 결실

입력 | 2004-11-28 18:29:00

한국과 중국의 대학에서 복수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11일 양국 교수들과 함께 중국 쑤저우 시내의 한 식당에 모였다. 왼쪽부터 쑤저우대 황싱 국제교류처장, 대구대 묘연창 교수, 서울금속 쑤저우법인 손준락 대표, 복수학위 취득 학생들. 쑤저우=이권효기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중국에 왔는데 취업을 하니 자신감이 생겨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쑤저우(蘇州)시의 쑤저우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유진희(劉眞姬·23·여)씨는 8월 현지의 한국기업인 태신전기에 취업했다.

태신전기는 부산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직원은 300여명. 그는 이곳에서 과장급 관리직으로 일한다.

유씨는 “이곳에 속속 들어서는 각국의 기업들을 보면서 이제 세계를 무대로 뛰고 싶다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결실 맺는 복수학위제=유씨는 대구대 중문학과 2학년을 마치고 쑤저우대 3학년에 들어가 나머지 2년을 공부한 끝에 두 대학에서 모두 졸업장을 받았다.

유씨의 현지 취업은 협정을 맺은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이 2년씩 공부한 학생에게 함께 학사학위를 주는 이 같은 복수학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복수학위제는 국내 대학들이 학생들의 해외취업을 위해 2001, 2002년 앞 다퉈 도입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쑤저우시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올해부터 복수학위를 받은 유학생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어를 잘하는 데다 중국의 문화와 정서도 이해한다는 장점이 많기 때문.

삼성전자 등에 정밀나사를 납품하는 서울금속 쑤저우법인 손준락(孫俊洛·45) 대표는 8월 쑤저우대 등에서 복수학위를 받은 대구대 출신 4명과 영남대 울산대 경남대 출신 등 7명을 처음 채용했다.

쑤저우시는 지난해 외국자본 유치실적이 40억달러 규모로 중국 전역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을 정도로 각국의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복수학위를 받은 학생들은 통역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이해가 넓어 원자재구입 등 회사 전체의 업무에 상당히 효율적”이라며 “현지 기업인들 사이에 복수학위제 학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 유의해야=하지만 복수학위를 땄다고 해서 무조건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대와 쑤저우대에서 복수학위를 받고 6월 서울금속 쑤저우법인에 취업한 김도경(金到璟·27)씨는 “다양한 나라의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중국어뿐 아니라 영어실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복수학위제는 협정을 맺은 양 대학간에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쑤저우대의 황싱(黃興) 국제교류처장은 “아시아의 많은 대학들이 중국 대학들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싶어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며 “협정을 맺은 대학이 학생의 자질을 보증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중국 지방대학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명을 추가로 이 대학에 보낸 대구대의 교수들은 최근 현지를 찾아 학생들로부터 어려운 점을 듣고 대학측에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요청하는 등 학생관리에 애쓰고 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가 10월 전국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56개 대학이 중국, 미국, 호주 등의 대학과 복수학위제 협정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쑤저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